사진=DB손해보험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올해 수차례 보험료를 조정했다. 예정이율 인하와 손해율 악화로 업계 전반에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진 가운데 DB손보는 10월 일부 담보 요율까지 손질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본업 실적이 급락한 상황에서 2조원대 해외 M&A까지 추진하면서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무·저해지 보장성 상품 전반과 운전자보험, 암보험 등 주요 장기보험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인상했다. 8월에는 예정이율 인하 영향으로 장기보장성보험 전반에 걸쳐 보험료가 인상됐다. 

DB손보 관계자는 "예정이율 인하로 요율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대부분 회사가 조정했다"며 "상품이 수십개여서 특정 상품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0월 실손보험, 배상책임보험, 질병수술담보 중심으로 경험위험률 조정을 통해 총 세 차례 보험료 인상 효과를 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DB손보가 10월 경험요율 조정을 통해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는 질병수술담보와 배상책임담보 등에 한해 보험료 인상을 대거 실시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DB손보 관계자는 "10월 인상 사실은 없다"며 "매월 오르고 내리는 상품이 있어 공식적으로 인상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쟁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두 차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은 8월 조정 이후 추가 인상을 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내년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수준이다. 

DB손보의 보험료 조정 배경에는 본업 수익성 급락이 있다.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7725억원으로 47% 급감했다. 3분기 단독으로는 보험손익이 10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 하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실차 악화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측한 보험금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를 뜻한다. DB손보의 3분기 누적 예실차는 -2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1460억원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년 대비 3530억원이 악화된 수치다. 3분기만 따지면 -1500억원으로 IFRS17 도입 이후 최대 손실이다.

자동차보험도 적자로 돌아섰다. DB손보는 3분기 자동차보험에서 1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일반보험에서도 500억원 손실을 냈는데 국정원 화재사고로 302억원을 지급한 영향이 컸다.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DB손보는 타사보다 실적 악화 폭이 컸다.​

눈에 띄는 대목은 DB손보가 조 단위 해외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DB손보는 내년 상반기까지 2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 지분을 100% 취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 인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DB손보 관계자는 "회계 계정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2조원이 넘는 자본 유출을 앞두고 본업 수익성을 극대화해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하는 경영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투자할 수 있는 가용자본과 보험수익은 아예 상관이 없다"며 "IFRS17 체계에서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은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보험료 인상과 M&A 비용은 무관하다는 뜻이다.

포테그라를 인수하면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이 15%p 하락할 전망이다. 자본 여력이 줄어들면 보험사는 킥비율 방어를 위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투자손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험 손익을 개선시켜야 안정적인 자본 축적이 가능하다. DB손보는 지난 10월 자본 압박에 대응해 신종자본증권 7470억원을 공모로 발행했다.

이 가운데 업계 1위로 꼽히는 삼성화재도 최근 최근 4년간 요율을 인하했고 현재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해 내년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다. 손해보험업계 전반에 보험료 인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DB손보가 선제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