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까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가장 늦게 HBM4 경쟁에 합류한 만큼, 1c D램 공정을 앞세운 전략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이달 초 36GB 용량의 12단 HBM4 샘플을 공개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전 세대 제품인 HBM3E(5세대)조차 주요 수요처의 퀄리티 테스트(QT)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기존 HBM3E가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로 퀄 테스트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은 이를 보완한 개선 샘플을 일부 고객사에 공급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의 QT는 여전히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HBM4를 중심으로 전략적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차세대 고부가 제품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HBM4에 1c(6세대) D램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한 고사양 설계를 예고한 상태다. 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현재 HBM4에 채택하고 있는 1b(5세대) D램보다 한 세대 앞선 기술이다. 다만 1c D램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실제 양산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도와 함께 수율 확보 여부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 전략에 맞춰 양산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4는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커스텀 HBM 또한 HBM4 및 HBM4E 기반 과제로 복수의 고객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c D램을 탑재한 HBM4가 향후 2년간 실적과 HBM 경쟁 구도 모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기술 대응뿐 아니라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1c D램 양산을 겨냥한 설비 투자를 평택·화성 라인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향후 2년의 구간에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을 뽑자면, HBM과 D램 1c다"라며 "HBM이 D램 업계의 수익성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통해 단기 점유율 회복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고, 다가올 HBM4 시대에도 전제적 시장 진입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HBM4 양산 매출이 제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연내 D램 1c 공정이 상용화되고 고객사 품질 인증을 시작한다면, HBM4 시장 진입은 스케줄 상 크게 늦은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