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4. 사진=마이크론
마이크론 HBM4. 사진=마이크론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주요 고객사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샘플을 공급하며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나섰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한 지 3개월 만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0일(현지시각) 36GB 용량의 12단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번 제품은 10나노급 5세대(1b) D램을 적층해 제조됐으며, 기존 HBM3E 대비 성능은 60%, 전력 효율은 20% 이상 개선됐다.

HBM은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메모리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해 고성능·고대역폭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HBM4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AI 칩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고객의 차세대 AI 플랫폼 양산 일정에 맞춰 2026년부터 HBM4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언급한 고객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 '루빈'으로 추정된다. 루빈은 HBM4가 최초로 탑재되는 제품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HBM4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시장 신뢰를 뒷받침한다.

HBM4는 반도체 제조 방식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HBM의 핵심인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본격 도입되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TSMC 기술 심포지엄에서 자사 로직 다이에 TSMC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했다고 공개하며 양사 협업을 강조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TSMC 전 회장 류더인을 이사회에 영입하고, HBM 분야 인재 확보에 나서는 등 HBM4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36.9%로 삼성전자(34.4%)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마이크론은 점유율 25%로 3위를 차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아직 HBM4 샘플 공급 소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HBM4 양산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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