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문이 다시금 수익 지표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파를 간신히 벗어난 시장 분위기에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량 딜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지난 1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1분기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로 300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급증한 기록을 세웠다. 통상 채무보증 수수료는 부동산 PF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집계된다. 키움증권은 사업 구조 다각화를 위해 일찍이 시장 한파를 뚫고 우량 딜 위주의 PF 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채무보증 수수료로 859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46% 증가한 성과다. NH투자증권은 IB(기업금융)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음에도 부동산 PF 사업 부문에선 우수한 수익을 달성했다. 

KB증권은 수도권과 광역도시 중심의 우량 딜과 HUG보증 딜로 PF부문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교보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수익을 올리면서 선전했다. 

이처럼 부동산 PF 수익이 다시금 증권사들의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이후 PF 사업에 주춤하던 증권사들이 다시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수익을 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상승 사이클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의 PF 자금 주선에도 훈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은 우량 딜을 발굴해 관련 수익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기관 전용 부동산 PEF(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자사 IB 부서의 부동산 딜과 연계해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부동산 PF 한파를 혹독하게 지나 온 증권업계는 딜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당금 역풍을 경험했던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관리에 높은 경각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현업 실무진과 사내 리스크 관리 부서를 거쳐 이중 삼중으로 심사를 거치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사업부 차원에서 엄격한 관리를 실시하면서 부서 내에 따로 리스크 관리 담당을 두는 사례도 있다. 교보증권은 최근 보다 면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PF 관리 부서를 재편했다.

이 같은 리스크 관리 기조에 따라 증권사들의 시선은 철저하게 우량 딜로만 쏠리는 추세다. 딜을 발굴하면서도 사업성과 입지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 안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는 항상 해왔지만,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강화하자는 분위기"라며 "특히 현 시점에서 PF 사업에 손을 대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부동산 PF 시장에 손을 뻗는 것도 자본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에 국한된 기회로 보인다. PF 리스크에서 간신히 숨통을 틔운 중소형사들은 현재로써는 관련 수익원을 노리긴 요원한 모양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업장들이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이 불확실한 물량에 투자할 여유는 없다"며 "우량 딜들은 수익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금리 인하 등 부동산 상승 기대감이 있다고 해도 다들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형사들은 이미 가진 부실 사업장들을 겨우 털어냈거나 아직 처리하고 있는 수순"이라며 "중소형사까지 시장에 진입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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