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대형 증권사들이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업계 전체 익스포저는 늘었다. 그러나 중소형사는 손실 부담과 영업 위축으로 정체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정이하 자산 비율은 오히려 더 벌어졌다. 충당금 부담과 규제 변화 속에서도 증권업계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간 증권업계 전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는 약 4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본PF와 브릿지론 신규 취급 및 리파이낸싱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다. 대형사의 PF 익스포저는 24% 증가했고 브릿지론은 7%, 본PF는 31% 늘었다.

신규·리파이낸싱 규모는 8조8000억원에 달해 회수·정리 규모 4조5000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신규 취급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브릿지론 중심의 사후관리에 집중했다. 중소형사 전체 PF 익스포저는 1% 증가에 그쳤으며 일부 회사만이 본PF 신규 취급에 나섰다. 잔존 PF 손실 부담과 영업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PF 구조조정 결과를 보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건전성 지표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6개월간 대형사는 상각·매각·상환 등으로 고정이하 자산이 약 1조3000억원 감소하면서 33% 줄었고 중소형사는 23%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상·요주의 등급에서 고정이하로 전이된 자산은 대형사가 16%, 중소형사가 27% 증가했다. 대형사는 고정이하 전이보다 감소 폭이 커 잔액이 줄었고 중소형사는 전이 폭이 더 커 고정이하 잔액이 소폭 상승했다.

브릿지론의 고정이하 비율은 대형사 22%에서 15%로 개선됐으나 중소형사는 49%에서 55%로 악화됐다. 본PF 역시 대형사는 12%로 안정적이었으나 중소형사는 15%에서 18%로 상승했다. 

고정이하 전이와 부실화 과정에서 충당금 부담은 여전히 컸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정상·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전이되며 대형사 1000억원, 중소형사 2000억원으로 총 3000억원의 충당금이 추가됐다. 또 기존 고정이하 사업장 부실화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각각 2000억원을 적립하면서 4000억원의 충당금이 추가 발생했다. 

그러나 상각, 매각, 상환, 재구조화 등으로 약 5000억원의 충당금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충당금 잔액은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브릿지론 고정이하 대비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상승했다. 

다만 중소형사 본PF의 커버리지 비율은 하락해 질적 구성과 변제순위(LTV) 차이에 따라 손실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대형사 브릿지론 중후순위 비중은 34%인 데 비해 중소형사는 65%에 달한다. 본PF 역시 대형사 29%, 중소형사 68%로 중소형사에 손실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1년간 PF 부실 전이 규모가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브릿지론의 전이 비중은 감소하고 분양 성과가 저조한 본PF에서의 전이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분양 미개시, 비분양형 사업장(오피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은 사전 부실화 예측이 어려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대형사는 오피스·데이터센터 비중이 높고 물류센터는 16%에 불과하지만 중소형사는 물류센터 비중이 56%에 달해 공급과잉 리스크가 크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향후 1년간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말 기준 중소형사의 브릿지론 충당금 적립률은 42%로, 예상 손실률 33%을 상회한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다만 중소형사 내에서도 후순위 비중이 높은 곳은 손실률이 크게 나타나 회사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부터 부동산금융 총익스포저 한도 도입, NCR(순자본비율) 위험값 차등화 등 규제 변화가 예고됐다. 대형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총익스포저가 100% 내외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소형사는 위험투자여력 저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사업·재무적 대응 역량에 따른 증권사 간 부동산금융 사업기반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윤소정 애널리스트는 "규제가 도입될 경우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권사의 PF 영업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부동산 PF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달라진 규제 환경에 대한 개별 증권사의 사업적 재무적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