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자율주행차 라이다용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자율주행차 라이다용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를 포함한 주요 전장업체에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흐름 속 대표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MLCC는 전류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차 한 대에 수천 개 이상 탑재된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과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차량 전장화가 빠르게 진전되며, 고급 전기차의 경우 MLCC 탑재량은 1만2000개에서 최대 1만8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구조적 수요 증가에 맞춰 전장 부문 역량을 강화해 왔다. 회사는 △하이엔드급 전장용 고전압·초고용량 MLCC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MLCC △1000V급 급속 충전용 MLCC 등 고부가 제품을 잇달아 양산하며 전장용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기의 MLCC를 포함한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2023년 3조9030억원에서 2024년 4조4620억원으로 14% 이상 증가했고, 전체 매출 대비 비중도 43%를 넘어섰다. 사업보고서상 전장용 MLCC 실적은 구체적으로 구분되진 않지만, 전장 특화 제품 확대와 생산 전략을 감안하면 관련 부문 비중은 지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삼성전기의 MLCC 수요가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9700억원으로,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2025년과 2026년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1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해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BYD, XPENG, NIO, 샤오미 등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를 중심으로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NOA) 기능이 본격적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자율주행 플랫폼의 성능도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라며 "삼성전기는 이러한 트렌드의 수혜를 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최근 몇 년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장용 MLCC를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올해 전장용 MLCC 매출을 1조원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전장 부품 전체 매출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올해 말이면 20%, 경우에 따라선 25%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BYD와의 공급 계약은 단순한 수주 성과를 넘어, 삼성전기 전장용 MLCC 사업의 수익화가 본격화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다. 실제 양산 납품이 이뤄지면서 그간 투자해 온 고전압·고용량 제품군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에 대한 공급이 다른 주요 전장 고객사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24일 BYD 본사를 직접 찾은 것 역시 이번 공급 성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방중 기간 중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도 함께 방문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이미 BYD·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업체에 전장용 부품을 공급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은 기존 협력사의 수요 확대와 거래 안정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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