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 전경.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롯데호텔 서울 전경.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호텔롯데가 면세 부문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정된 수익성을 기록한 호텔 부문을 그룹 전체 실적 방어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특히 자산 경량화와 위탁 운영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숙객이 전년 대비 20.5% 증가했고 객실 매출도 11.3% 늘어났다. 호텔 부문 매출은 9.9% 상승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8% 줄었다. 계열사인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인건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이는 단기 비용 증가지만, 고정비 절감을 통한 장기 구조조정 흐름으로 해석된다.

호텔롯데는 다음달 개관 예정인 L7 청량리에 국내 체인호텔 중 최초로 위탁 운영 방식을 적용한다. 위탁 운영은 건물 소유권은 유지하지 않고 브랜드와 운영만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자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브랜드 확장과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호텔 부문 구조 재편도 진행 중이다. 최근 호텔롯데는 그룹 계열 리츠인 롯데리츠를 통해 L7 강남의 소유 펀드를 매각하며 약 3300억원 규모 자산 유동화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L7 홍대 역시 연내 외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경영진과 이사회 전면 교체도 이뤄졌다. 지난 1월 호텔·면세·월드 3개 사업부 사내이사를 해임한 데 이어 지난달 사내외 이사까지 교체하며, 지난해 기준 이사회 10명 중 7명이 새 인물로 바뀌었다. 롯데지주는 당시 "호텔롯데 내 3개 사업부 대표 전원 교체는 고강도 경영체질 개선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조웅기 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브라이언 매튜 해리스 전 파르나스호텔 총지배인, 신영진 레드클리프캡 부동산 총괄 등이 선임됐다. 각 인물들은 투자, 글로벌 호텔 운영, 부동산 거래에 특화된 경력을 갖춘 실무형 인물로 △향후 위탁 운영 확대 △글로벌 확장 △자산 유동화 △상장 재추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롯데가 유동성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면세 부문 실적 악화도 작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과 함께 특별 조기퇴직 위로금 약 16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조직 슬림화 △마케팅 부서 신설 △일반 단체관광객을 겨냥한 GT(그룹투어) 전략 등 생존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 대형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개별관광객과 인센티브 단체를 통한 유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호텔롯데 소속임에도 호텔과 면세는 전혀 다른 경영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호텔 부문이 확장과 수익성 중심의 전략적 구조 전환에 나선 반면, 면세는 축소와 방어 중심 생존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호텔 부문이 실적 방어를 넘어, 호텔롯데 전체 상장 재추진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L7 청량리는 위탁운영 최초 도입 사례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해당 방식으로 운영 중인 지점이 다수 있다"며 "오너사가 브랜드 가치와 운영 경쟁력을 판단해 직접 요청할 경우 위탁 운영을 검토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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