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리아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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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드러그스토어에서, 옷은 쇼핑몰에서 산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기초 화장품은 물론 색조 화장품, 티셔츠와 양말까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덕이다.

이제는 도시락 옆에 앰플이, 삼각김밥 맞은편에 무신사 스탠다드 반팔 티셔츠가 걸린다. 전국 5만 개가 넘는 오프라인 접점을 활용해 '생활 속 소비'를 다시 설계하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최근 종합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해 PB상품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일부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이달부터는 무신사 뷰티 브랜드 '위찌' 색조 화장품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점포는 약 20여 곳으로 1030여성 고객이 많은 오피스 상권 등을 비롯해 '뉴 안녕 인사동점'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점포다.

GS25 관계자는 "무신사와 GS25가 주요 고객 연령대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무탠다드와 위찌 판매 점포를 선정했다"며 "'위찌' 입점 점포 확대는 판매 추이를 보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U, 세븐일레븐 역시 뷰티와 패션 영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U는 기초부터 색조, 기능성까지 뷰티 전반을 커버하는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코스매틱 브랜드 '엔젤루카'와 협업해 콜라겐 물광팩, 비타민C 세럼·수분크림 등 기초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대란을 일으킨 미세침 형태의 '스피큘 앰플'도 내놨다.

지난 1월엔 '한국쉬즈라인'과 손잡고 립틴트·립글로스·올인원 스킨로션 등으로 구성한 소용량 색조 제품도 선보였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파우치형 포장, 간편한 팁 어플리케이터 등 '편의점에서 사는 뷰티'에 최적화된 포맷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패션과 뷰티를 차기 먹거리로 삼고 지난해 9월 '동대문던던점'을 패션·뷰티 특화 점포로 선보였고 이어 10월에는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오리진점'에서도 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PB상품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을 출시했고 '세븐셀렉트 컬러팝 삭스'도 출시 예정이다.

지난 2020년에는 계절 한정 조끼나 후리스 등 '낚시용 아이템' 정도를 일부 점포에 판매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이제는 '가심비'를 내세워 최근엔 티셔츠와 양말 같은 데일리 제품을 상시 판매하는 구조다.

편의점의 비식품 확대는 단순히 실험적인 시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숫자가 수요를 증명하는 덕이다. 

먼저 GS25의 경우 무신사 스탠다드가 입점한 점포는 총 3000곳이다. 해당 매장 의류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3.7% 상승하며 '무신사 파워'를 입증했다. 전체 매출 증가율 역시 뷰티는 전년 대비 45.6%, 의류는 15.2%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U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2022년 24%, 2023년 28.3%, 2024년엔 16.5%로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세븐일레븐의 패션 부문 매출은 지난해 10%, 올해 15% 늘었다. 뷰티 매출은 같은 기간 25%, 20% 증가했다.

GS25는 뷰티와 패션을 동시에 키운다. 서울 주요 점포 20곳에서 무신사 색조 브랜드 '위찌(WHIZZY)' 제품을 시범 판매하고 있으며, 무신사 스탠다드 의류는 전국 3000개 점포에 입고됐다.

지난 3월 기준, 무신사 의류가 입점된 3000개 점포의 의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3.7% 뛰었다. 전체 매출 증가율 역시 뷰티는 전년 대비 45.6%, 의류는 15.2%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의 이러한 패션·뷰티 카테고리 성장은 다이소와도 닮아있다. 다이소는 뛰어난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 드러그스토어·생활용품 전문점을 대체하는 소비 채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원을 기록했다. '다이소 뷰티템'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며 국내 대표 드러그스토어인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한다.

편의점 역시 다이소의 강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제품력과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브랜드와 협헙한 상품, 혹은 자체 제작으로 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챙기는 상품 공급이 가능하다.

주요 3사 편의점 점포는 전국 5만여개다. 영업시간은 심야는 물론 24시간 운영하는 점포도 있다. 이런 물리적·시간적 유연성은 즉흥적인 소비, 일상 속 작은 수요를 흡수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오프라인 채널 중에서도 접근성과 운영 유연성이 가장 뛰어난 플랫폼"이라며 "편의점 자체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급히 살 수 있는 곳인 만큼 만큼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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