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7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2.75%에서 25b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KB증권은 미국의 예상보다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지연 등을 주요 인하 요인으로 꼽았다.
14일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추경이 늦어져 대선 이후에 단행된다면 4월부터 시작된 보편관세에 대응한 재정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5월29일 금통위까지 통화정책 대응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한은이 2월 수정 경제전망 당시 전제했던 것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져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가 정점은 지났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적용에 따른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경 논의 지연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이번 주 10조원 규모의 추경안 발표를 계획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까지 시일이 걸려 빨라야 5월 초 편성이 예상된다. 이는 한은 총재가 2월 금통위에서 언급한 15~20조원보다 적은 규모이며, 산불 피해와 관세 영향 등을 고려하면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환율과 부동산 시장 여건도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1월 금통위 당시와 비교해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하회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고 부동산 시장도 정부 대책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진 점은 우려 요인이다.
KB증권은 한은이 4월 금리 인하 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지만, 2월보다는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기준금리(2.75%)가 중립금리(2.25~2.75% 추정) 범위 중간값(2.50%)에 근접했고, 정치 불확실성 완화 및 관세 우려 정점 통과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4월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4~2.5%, 10년물은 2.65~2.85%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5월 이후에는 추경 규모 확대 가능성, 차기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 등이 반영되며 장기물 위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4월에 연속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국고 3년 금리는 기존 시장이 생각했던 2.5%를 하회하고 있는 점을 보듯이 시장은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며 "인하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하게 될 경우 추가 인하 여력은 더 감소한다는 점으로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