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2~3회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배경으론 성장률 저하를 꼽았는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성장률 하락이 기존 사업에만 의지해 온 탓이라고 짚었다.
다음은 이창용 총재와 일문일답.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3개월 금리 전망은?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에서도 현 2.7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말했고 나머지 2명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렇게 전망한 이유는 우선 4명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한 우려를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여건 변화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2명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추가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건 변화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금리 인하 여력에 대한 의견 차이는?
△금리 인하 여력에 대한 우려에 따라 추가 인하 시기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했지만 6명 모두 통화 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으며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해 나가자고 했다. 이러한 전망은 조건부 의견이다.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다수의 의견은 2월을 포함해 올해 2~3회 정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은이 예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지난 1월에 비해 낮아졌지만 일정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보다는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1월에는 국내 정치적 요인과 달러 강세가 맞물려 변동성이 컸으나 현재는 변동성이 상당히 줄어들어 한은의 결정이 적절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KDI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한은의 입장은?
△KDI는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한은 역시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금리 조정 시점은 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 없다고 보는데 한은 의견은?
△한은은 경기 둔화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추경이 필요 없다는 KDI의 판단 근거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물가 전망은?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9%로 예상하고 있으며, 환율 상승이 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경기 둔화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2%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DI는 물가 상승률을 1.2%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한 가정이 다를 가능성이 있어 분석 근거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충격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출 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리 정책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년과 내후년 역시 성장률이 안 좋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동산PF 시장에 묶여있는 자금을 순환시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내년도 성장률은 받아들여야 할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만 잠재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과거의 고도 성장에 익숙해 있지만 지금의 경제 구조는 다르다. 구조조정을 해오지 않았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온 결과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지 못한 채 고령화는 심화되고 해외 노동자 유입도 부족하다. 노동력은 계속 줄어들고 기존 산업에서는 경쟁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실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더 높은 성장을 원한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PF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일부 중견기업이 파산하거나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있는데 그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보다 부동산 투자가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신성장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린 투자도 결국 조정되는 과정에 있으며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순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기존 산업만으로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올해 1.5% 성장률을 가정할 때 이미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관세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 대한 관세 영향을 함께 고려해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추가 10%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도 앞당겨 반영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1분기부터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본다. 다른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대규모 추경이 편성되면 금리 인하 경로에 영향을 미칠까?
△당초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더라도 대규모 추경이 시행되면 두 차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은 경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내려질 것이다.
-중립금리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현재 2.75%를 기준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금융안정성을 고려해 중립금리를 평가하고 있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점과 속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한은이 추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
△기본적으로 추경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며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어떻게 결정될까?
△대내외 경제 상황과 국내 정치 환경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될 것이며, 단기적인 경기 대응뿐만 아니라 금융안정과 중장기적 경제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경제 과제는 무엇인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기존 산업 구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혁신적인 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경기 둔화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관세 정책, 국내 경기 둔화, 추경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