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생성
사진=챗GPT 생성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다. 기상 이변 등의 피해로 손해율이 높아진 영향 탓이다. 정부 권고에 따라 보험료를 인하한 보험사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의 성격을 띄고 있어 보험료 조정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손해보험사들의 사업비 부담을 끌어올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비스 취지는 좋지만 수수료 부담 등을 고려한다면 실효성이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사실상 밑지고 장사하는 거죠. 적자 발생하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습니다."

대형 보험사에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자동차보험 사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가 금융권에 강조해온 상생금융 기조를 따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2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8.7%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집계치보다 6.9%p 높아진 수준이다. 전년 기준과 비교시 9.7%p 가량 손해율이 크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은 80~82% 수준으로 이미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사업의 적자 가능성은 높다.

여기에 대형 손해보험사의 보험료 인하 기조도 해당 사업 운용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상생금융에 따를 것을 권유해 왔다.

이에 올해 1월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개인용자동차 보험료를 1.0%, DB손해보험은 0.8% 인하했다. 지난 2월에는 KB손해보험은 0.9%, 현대해상은 0.6% 가량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형사에 보험료 인하를 바라는 이유는 규모의 측면에서 봤을 때 중소형사 대비 손해율을 흡수할만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지분이 작은 만큼 돌발적인 사고에 손해율이 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대형 손해보험사 5개가 전체 시장 중 85%가량을 차지하며 그 나머지 지분을 놓고 7개 중소 손해보험사가 경쟁하는 구조다.

이미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 상승과 수입보험료 감소가 감지됐다. 오는 4월부터 적용되는 보험료 인하까지 맞물린다면 손해보험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발표한 '2024년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을 통해 자동차 손해율 상승 등으로 손해보험사 32개사의 보험손익이 악화(△815억원)됐다고 발표했다. 또 자동차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8% 가량 줄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가 손해보험사간 자동차보험 상품의 공정한 경쟁을 목적으로 내놓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 2.0'을 두고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해당 서비스는 소비자가 정확한 보험료를 산출해 비교할 수 있도록 핀테크사에 정보 공유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보험개발원에서 차량정보·만기일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별도 입력 없이도 차량정보와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자동으로 기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신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간편한 보험 가입을 돕고, 보험사별 상품 경쟁이 균등한 조건에서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신규 서비스가 실효성이 부족한 데 수수료 부담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 1.0은 상품에 가입할 경우 발생하는 3%의 수수료가 보험료에 포함돼 소비자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신규 서비스인 2.0은 수수료를 고객이 아닌 보험사가 부담한다. 수수료율을 3%에서 1.5%로 내렸다고 하더라도 보험사는 없었던 사업비가 가중된 상황이다.

또 플랫폼을 통한 자동차보험 가입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핀테크 플랫폼이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의무보험으로서 자동차보험 가입 패턴이 고착화됐는데 비교추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상품 판매 유도를 이끌어낼지는 의문"이라며 "보험료 인상을 고려할 수 없는 시점에서 갑자기 발생한 비용 리스크는 보험사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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