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1분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 대해 경영진 면담과 초과 원인 점검에 나서겠다고 20일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국내 경기 둔화와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감원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성장 전망은 하향하고 물가 전망은 상향했다"며 "미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경기 민감·수출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원장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1분기 자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개별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초과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계획 준수 등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발표한 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지역별 주택담보대출 신청·승인 건수 등 선행지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다주택자 주택 구입, 갭투자 등 투기적 요소가 차단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자율관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 금리 동결이 국내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수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특히 다음달 2일 미국의 무역관행보고서와 상호관세 발표를 기점으로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질 경우 국내외 경제 및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금리 동결은 금융시장 안정화에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실적 부진과 금융권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경기 둔화나 홈플러스 사태 등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부족 등 애로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공조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번진 금융시장 불안감에 이 원장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투자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시장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에도 기업어음(CP)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금리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사태 이후 CP 잔액은 A1 등급이 지난 4일 249조4000억원에서 전날 250조원, A2 등급은 25조6000억원에서 25조7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A3 등급 CP 금리도 같은 기간 5.37%에서 5.34%로 0.03%포인트(3bp) 하락했다.

이 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시장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의 시장 변동성 탓에 대외여건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튀르키예의 주가는 지난 19일 기준 8.9% 급락했고 인도네시아 주가도 지난 18일 기준 4.9% 떨어졌다.

이 원장은 "대외여건을 예의주시 하면서 금융회사의 원화·외화 유동성 및 주식, 채권 등 시장 전반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에 대해 기업과 적극 소통하고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중점 심사를 통해 자금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감원은 신속하게 심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원장은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유상증자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회"라며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주주보호 강화와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원장은 "장기 투자할수록 기업 가치 증가의 이익을 투자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경영개선권고를 결정한 데 대해 이 원장은 "중소금융업권의 건전성 및 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해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개선권고는 일정 기준에 미달한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적기 시정조치로, 가장 낮은 단계의 경고 조치에 해당한다.

이 원장은 "중소금융업권이 서민경제의 버팀목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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