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9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말 공매도 거래가 전면 재개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9조4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매도 재개 직후인 3월 31일(3조9156억원) 대비 약 131% 급증한 수치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중은 같은 기간 0.19%에서 0.35%로 확대됐다. 코스닥 시장도 지난 9일 기준 3조9287억원으로,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총 대비 비중 역시 0.52%에서 0.96%로 늘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싼값에 되사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빌린 주식을 팔고 아직 청산하지 않은 물량을 뜻하며,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 심리가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코스피 상장사 중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SKC(5.55%)로 나타났다. 이어 한미반도체(4.92%), 신성이엔지(3.89%), 호텔신라(3.84%), 동방(3.48%), 두산퓨얼셀(3.44%), 한화비전(3.41%)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제룡전기(4.70%)가 1위를 기록했으며, 브이티(4.67%), 다날(4.52%), 제주반도체(4.34%), 네이처셀(4.10%), 에코프로비엠(3.9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 증가세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것에 대비한 흐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4월 셋째 주 이후 최근까지 13주 동안 두 주를 제외하고 모두 주간 기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발 관세 이슈가 완화되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는 분위기인 만큼, 국내 지수는 추가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공매도로 대응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주식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실제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한미반도체·브이티·호텔신라 등 다수 종목에서 펀더멘털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정부의 증시 부양책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어느 때보다 강한 기대감을 반영해 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조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