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책이 돌아오고 있다. 매출 비중을 높여가는 신간과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함께 자리하며, 출판시장에서 신간과 구간 도서의 매출 비중이 비슷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4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간 매출 비중은 2021년 39.6%에서 2023년 49.4%까지 증가하며 구간 매출 비중인 50.6%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신간 도서의 매출 비중이 증가한 이유로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유통 비중이 확대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사업체들이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유통하는 비중은 2021년 각각 21.9%와 27%에서 2023년 25.7%, 43.8%로 늘었다.
독자들의 구매 경로도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중심으로 나타났다. 출판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4년 상반기 KPIPA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책 구매자들은 '시내 대형 서점'(44.7%)과 '인터넷 서점'(25.2%)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네 소형 서점'(8.4%)에 비해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SNS 계정과 인터넷 서점 등을 중심으로 책이 출간되는 동시에 홍보를 진행한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주 구매층의 연령대가 다르지만,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 도서의 평균 가격 상승도 신간 매출 비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2023년 기준 한국 출판 생산 통계'에 따르면 발행 도서의 평균 가격은 2021년 1만7116원에서 2023년 1만8663원으로 올랐다.
일각에서는 신간 매출의 비중이 올라가는 현상이 예전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책은 보통 신간 위주로 많이 팔리며, 대체로 신간과 구간 판매 비율은 5 대 5가 일반적"이라며 "최근 몇 년간 구간 비중이 높았던 것이 다시 회복되는 과정으로, 신간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은 출판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간 매출 비중이 올라가는 가운데 출판사의 신간 발행 종수와 부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 출판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사 한 곳당 신간 발행 종수는 2021년 평균 16종에서 2023년 10.5종으로, 신간 1종당 평균 발행 부수는 2628.4권에서 1388.6권으로 줄었다.
또 1쇄 발행 부수도 1425.6권에서 1228권으로 줄었으며, 1쇄 판매 완료까지 걸리는 기간은 2023년 기준 16개월로 늘어나 신간의 시장 소진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출판진흥원은 1·2분기 판매량 상위권 도서 100종을 분석한 결과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리는 스테디셀러가 중심으로 새로운 타이틀의 등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특징이 발견된다"며 "성인 도서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간이 감소하는 등 출판시장의 활력 감소가 두드러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이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최근 출간된 신간보다 스테디셀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양귀자의 '모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등 출간된 지 오래된 작품이나 미디어에서 재조명된 도서들이 주를 이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