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보험영업대리점(GA)을 대상으로 경영인정기보험 감독을 마쳤지만 여전히 절판마케팅이 성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해당 보험의 위법행위를 두고 최고 수준의 제재를 예고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4일 보험사·GA를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인 정기보험 관련 점검 결과 설계·판매·인수·사후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11개 보험사의 일 평균 경영인 정기보험 계약 체결 건수가 327건으로 전월 대비 7.9%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평균 초회보험료는 115억3900만원으로 전월 대비 87.3%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경영인 정기보험의 모집수수료율과 환급률을 상향해 차익거래 유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차익거래란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시책 등 환수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아 장기유지보너스를 받은 뒤 계약을 해지해 차익을 남기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 사례의 주요 원인은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일탈적 행위로 정의된다. 실제 판매 단계에서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에게 경영인 정기보험을 법인전환과 상속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계약을 체결해 불완전 판매가 늘었다.
또 GA 소속 설계사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직접 금전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거나, 가상계좌 보험료 납입 실입금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상계좌를 활용해 보험료를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과징금·과태료 부과시 법정한도액 100% 부과 건의 △GA·설계사 위법행위시 등록취소·업무정지 추진 △보험회사·GA에 GA·설계사에 대한 관리·감독책임 부과 등 법상 허용하는 최대 수준의 제재로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은 절판마케팅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한화생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모니터링 당시 한화생명은 해당 기간 업계 전체 판매 규모의 32.5%에 달하는 644건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회보험료는 일평균 22억5200만원으로 실적 증가율은 전월 일평균 대비 152.3% 상승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 외에도 판매규모가 많은 생명보험사 순서대로 금감원 검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 다음으로 판매규모가 큰 회사는 신한라이프로 해당 기간 동안 판매 건수는 64%, 초회보험료 실적은 155.6% 상승했다.
뒤이어 KB라이프는 같은 기간 일평균 판매건수는 줄었지만, 초회보험료 실적은 38.2% 가량 늘었다.
한화생명은 이번 검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GA 규모가 큰 만큼 모수가 많다보니 CEO보험 판매 규모 역시 많았다"며 "아직 금융감독원의 조사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진행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GA중 가장 규모가 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자회사형 GA(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소속 보험설계사 수가 3만1005명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경영인 정기보험의 발행 의도는 좋았지만 일부 설계사들이 저지른 모럴 해저드가 경쟁적인 불완전판매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인 정기보험의 상품 의도는 갑작스런 경영진의 유고에도 기업의 경영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특정 시점의 높은 환급률을 노린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물을 흐렸다"며 "본인의 실적을 위해 모럴 해저드를 저지르고 '안 하면 바보'라는 잘못된 풍조를 부추기는 상황은 지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경영인 정기보험의 보험료가 타 보험상품 대비 많다는 점을 들며 보험사 GA에 대한 제재 강화 외에 편법을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한 혐의가 있는 가입자의 처벌 역시 더 엄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GA 관계자는 "경영인 정기보험은 보험료 규모가 타 보험상품 대비 커 한 번 체결시 설계사는 그 해 독보적인 실적을 챙길 수 있을 정도"라며 "이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 고객들이 설계사와 합을 맞춰 편법을 저지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