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하나은행과 제휴를 구상 중인 것으로 읽힌다. 금융당국이 법인 대상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여부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손잡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2025년 주요 업무 계획 중 하나로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꼽았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은 각각 케이뱅크,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와 실물 계좌 개설 협약을 맺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업력이 짧고 영업점이 없는 만큼 법인 고객 기반이 약하다. 인터넷은행과 손을 잡은 업비트와 코인원은 법인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시중은행과 협력 중인 타 거래소보다 불리한 셈이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2위인 빗썸은 최근 NH농협은행과 거래를 종료하고 KB국민은행과 거래를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법인이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계좌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해서 말씀드리겠다"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공약을 볼 때 미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탠스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달라진 글로벌 환경을 언급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법인 고객을 고려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하나은행과 협약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케이뱅크 제휴만으로는 법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하나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 곳의 은행과 협약을 맺는다. 업계에서는 법인 투자가 열릴 경우 '1사 1은행' 원칙이 무뎌지면서 업비트가 개인 고객은 케이뱅크, 법인 고객은 하나은행으로 모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발목을 잡는 건 금융당국의 제재다. 금융당국은 업비트가 고객확인제도(KYC)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제재 수위를 논의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거의 확실해진 만큼 업비트 제재심 결론이 나오면 논의가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제재는 금융위원회나 증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자체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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