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는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가 공개되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우 딥시크의 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이다.
지난 22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미국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챗 GPT'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딥시크는 이번 모델을 개발하는 데 약 560만 달러(약 82억원)만을 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오픈AI의 개발 비용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덮친 '딥시크 쇼크'… 전망 엇갈려
딥시크의 등장은 국내 메모리 산업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과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딥시크 출시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딥시크가 출시되고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31일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딥시크의 등장이 HBM 수요 감소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86% 하락한 19만9200원에 마감했다.
딥시크는 적은 설비 투자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고성능 GPU에 의존하던 시장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성능 G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미국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만약 딥시크의 등장으로 고성능 GPU의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SK하이닉스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가의 GPU 없이도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는 HBM3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위해 제작한 저사양 AI 가속기 'H20'에 주로 사용된다. 딥시크의 경우에도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H20이나 H800과 같은 저사양 모델을 대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와 같이 저가형 반도체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론 저비용 고성능 HBM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3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저비용 고효율 AI에 최적화된 온디바이스 AI 기기 확산을 위해 LPDDR5X D램을 스마트폰에서 PC, 서버까지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며 "고가의 HBM뿐 아니라 500만원 수준의 보급형 신경망처리장치(NPU)인 마하(Mach) 등 가성비 AI에 최적화된 다양한 AI 칩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론 삼성전자가 수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지난달 31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라며 "현재 제한적인 정보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시장 내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IT업계 "개발비용 축소 의혹 배제 못 해"
반면 딥시크가 의도적으로 개발 비용을 축소해 발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딥시크가 실제로는 AI 모델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사용했으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의식해 개발 비용을 낮춰 발표했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딥시크 등장 이후 전망되던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와 기업의 투자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싱가포르 기업 등을 경유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을 대량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27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반도체 연구·컨설팅 업체인 세미애널리시스는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비용이 실제로는 5억 달러(약 7300억원)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딥시크가 발표한 560만 달러(약 82억원)보다 약 90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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