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C의 액침냉각 시스템. 사진=SK엔무브
GRC의 액침냉각 시스템. 사진=SK엔무브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에 액체냉각 방식을 도입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미국 IT 인프라 기업과 협력해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왔으나,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공급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수랭식 또는 액침냉각 기술을 갖춘 공급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랙웰이 이전 세대 제품보다 약 4배 많은 열을 방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액침냉각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사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액침냉각은 GPU를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차세대 GPU 및 고성능 AI 컴퓨팅 시스템 'DGX'의 액침냉각 설계를 위한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액침냉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가 있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최적화된 액침냉각유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 GRC에 약 2500만달러(한화 약 324억원)를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액침냉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SK엔무브는 GRC와 협력해 SK텔레콤 인천사옥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총 전력 사용량을 37% 절감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SK엔무브는 미국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최대 공급자라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물산도 액침냉각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해 액침냉각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목표로 국내외서 공동으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며, 이미 국내선 1건의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LG전자도 액침냉각 기술 확보에 성공하며 냉난방공조(HVAC) 시장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LG 계열사인 LG유플러스 역시 AI 데이터센터(AIDC)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액침냉각 전문기업 GST 등과 협력해 '차세대 액체냉각 설루션' 개발을 완료했다. 이에 더해 범LG가(家) 기업인 GS칼텍스는 액침냉각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는 액침냉각유뿐만 아니라 관련 설루션의 실증 절차를 마쳤다는 점에서 국내 선도 기업으로 평가된다"라면서도 "다만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이어 SK엔무브와 직접 협력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며, 엔비디아가 특정 설루션이나 액침냉각용 수조를 공급하는 기업들과 개별적으로 협업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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