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들며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이다. 특수한 정국(?) 탓인지 마냥 활기찬 느낌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거리나 상점가에 머문다.
사람들마다 각각 그들만의 마음가짐으로 푸른 뱀의 해를 준비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려 차례 인하된 카드 수수료가 올해도 이변없이 하향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7일 올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여신금융협회를 방문해 전업 카드사 대표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 결정에 협조한 만큼 감사를 표했다.
동시에 3년마다 돌아오던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6년까지 늘리거나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 수수료율을 3년간 동결하는 등 카드사들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 검증절차 등을 거쳐 산정된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수수료율을 조정시 연간 약 3000억원 이상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지난 2007년부터 총 14회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에 걸맞춰 카드사들은 이미 본업인 카드 신용판매 사업보다는 카드론 규모를 늘려왔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게시된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1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10월 말 카드론(42조2201억원) 규모 대비 3252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년 대비 3조6665억원 늘었다.
일각에서는 지속된 수수료율 인하가 이미 한계 수준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1월 한국신용카드학회에서 진행된 'KOCAS 컨퍼런스 2024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에서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지난 14년간 수차례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인하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대수수료율 대상도 전체 가맹점(약 300만개)의 96.2%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0%대로 한계치에 다다른 수수료율 인하 상황에서 빅테크기업까지 결제업에 진출하는 상황이라 카드사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카드사들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주장과 함께 금융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카드사 노조측은 "지속된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며 "대손비용 증가와 부실 자산 확산으로 카드산업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올해도 수수료율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점쳐온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드 본업을 통한 수익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더라도 당국이 결정한 사항을 거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제 지표가 어렵다는 발표가 계속 나온만큼 수수료율 인하 결정은 이미 예견돼있던 사실"이라며 "카드 신용판매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기까지 시차가 더 필요하겠지만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연장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계속해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왔던 만큼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판매를 통한 수익 구조가 망가졌다"며 "카드론 규모 증가가 카드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맞물리니 곤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카드론 규모 관리 등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미 힘이 부친다는 입장이다. 이미 카드론 리스크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결제 부문 수익까지 말라 신규카드 발행이나 혜택 등을 고려하기 어려워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를 지속해온 주요 목적은 가맹점·소상공인 등의 부담 절감이다. 동시에 '카드사들에 대한 부담 가중은 등한시하는 거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든다.
수수료율 인하가 소상공인들을 위한 복지 방안의 일환이라고 해석하더라도, 그 결과가 카드업계의 생태계 위축을 낳는 등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계속해서 당국이 카드사들의 입장을 배제한 방안을 내놓는다면 카드사도 언젠가 주저앉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카드사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소비자를 넘어 금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본다면,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논의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