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fre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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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원의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대이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업권을 가리지 않고 고객 유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 증권가 안팎의 기대감이 남다른 것으로 감지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시장 대격변이 화두다. 오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경우 계좌 내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전부 매도해 현금화해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투자자가 떠안는 구조였다. 투자자는 수익률이 낮아도 기존에 가입한 금융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자는 별도의 매도와 현금화 과정 없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폭이 제공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사를 찾아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업계에선 내년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제도 시행이 임박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878억원이다. 이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1%로 절반을 넘는다. 증권사가 22.7%, 생명보험사가 20.5%로 뒤를 따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만 144조2000억원이다. 은행권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케팅을 동원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 IRP(퇴직계좌)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 14.61%로 은행권 1위를 달성한 국민은행은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하며 상담 채널을 보충했다.

하나은행은 연금고객을 위한 대면상담채널 '연금 더드림 라운지' 서비스를 확대했고, 우리은행은 연금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신한은행도 연금라운지 채널을 추가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은행권에서도 접전이 일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사도 뛰어들었다.

삼성생명은 전국 34개 지점에 퇴직연금고객센터를 설치하고 비대면 서비스 보완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클리닉데이'를 비롯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대면 앱 서비스 개편에도 열중하고 있다.

반면 실물이전 제도의 진정한 수혜자는 증권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업계에선 투자자들이 이제는 안정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ETF 등의 투자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실물이전 제도 시행이 증권사들에겐 '기회'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보수적 운용보다 직접적인 투자 수익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ETF 거래를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증권사로의 이동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과 보험사 퇴직연금 계좌는 실시간 ETF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상품도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직접 투자했을 때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 것"이라며 "증권업계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기대하는 게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사들도 고객 유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상담 채널을 강화하고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이벤트를 진행하며 타 금융사 이전금액을 두 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험을 동원했다. 제도 시행 당일인 오는 31일 DC형·IRP형 계좌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금액에 따라 전염성 질병 보험을 제공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계속해서 DB로 운용하던 것을 DC나 IRP같은 직접 투자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환과 함께 주거래 은행이나 증권사로 옮기는 수요도 있다"며 "연금에 대한 관심도가 전체적으로 높아진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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