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시작은 '서민들의 의기투합'이다. 대형 은행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 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상호금융기관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서민을 위한, 지역 주민을 위한 상호금융의 역할은 상당히 퇴색된 모양새다.

최근 몇 년 간 상호금융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 이게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횡령과 불법대출 등의 금융사고는 물론 부정한 방법으로 조합장 지위를 유지하고, 폐쇄적인 내부 문화로 권력을 남용하거나 '갑질'을 자행해 조합원들의 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부당한 일을 내부 고발한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도 있다. 불법대출로 법적 처벌까지 받은 구미 신협 불법대출 사건의 내부 고발 조합원은 아직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의 논란들이 끊임 없이 발생하면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변화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우선 상호금융권 지역 조합의 금융사고 혹은 내부통제 사건이 보도되면 1차로 중앙회에 관심이 쏠린다. 개별 조합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인만큼 중앙회에 책임을 묻는 시선이 있다.

상호금융 중앙회들도 내부 조사와 감사 등 개별 조합 관리·감독에 손을 놓는 것은 아닐테다. 실제로 취재하다보면 중앙회 측의 노력이 실감날 때도 있다.

다만 상호금융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이 주체가 돼 운영된다. 금융사고와 조직문화 문제는 결국 '내부통제'로 연결된다. 중앙회 내부의 통제와 윤리 의식 뿐만 아니라 지역 조합원 개개인의 윤리 의식 역시 중요하다. 조합원들은 스스로 금융기관으로서의 윤리 의식을 제고하고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조합장도 조합을 이끄는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중앙회가 변화와 통제의 의지가 없다면 더욱 난국이다. 봐주기식 경징계와 실효성 없는 감사의 경우가 그렇다. 또, 관리·감독 기능을 하는 중앙회 내부에서까지 갑질과 사익 추구가 만연하다면 과연 그 기관을 '상호금융'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상호금융권이 지역 주민들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는 지역 사회에 기반한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비리가 계속된다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그동안 상호금융권과 함께 공생해온 '서민'들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현재 상호금융기관은 어느 때보다 다시금 '초심'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상호금융권의 이름표에 가득한 얼룩을 걷어내고 서민을 위한 투명한 금융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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