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영끌족'에 제로 금리 수준으로 회귀할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2018~2021년 수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에도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로 부동산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기준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적어질 거라 생각한다면 그 점은 경고해 드린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절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며 "이는 금리를 아주 크게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라고 설명했으나 금리를 크게 낮출 가능성을 차단하며 사실상 금리로 가계부채 조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이유 중 하나로 가계부채 증가를 꼽았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조절은 정부 몫이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서울지역 집값 등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순 없음에도 고민하는 이유는 금융안정 목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그냥 두는 게 우리 경제에 좋은가 생각해보면 금통위원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동산가격이 소득 대비 너무 오르면 버블이 꺼졌을 때의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자원의 배분이라는 관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돈과 대출이 부동산에 몰리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을 띄워 회복을 도모하는 상황이 한국 경제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이런 고리를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안정, 장기적 한국경제 발전 방향 등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영끌족'에 과거 수준의 금리는 오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자기 돈으로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 투자하면 자기 책임인데 영끌족은 돈을 빌려서 하는 분들"이라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이 빠르게 오르던 시점을 생각하고 있다면 두 가지를 더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부 공급대책이 과거와 달리 현실적이고 과감해졌다"며 국회를 통해 공급정책이 실행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9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내 은행장들과 만나 수도권 주택 대상 스트레드 DSR 가산 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하며 "대책이 부족하면 추가 대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만약 예전의 0.5% 금리 수준으로 조만간 돌아가서 영끌시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이야기하겠다"며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고금리 기조로 대출 금리가 오르며 서민 내 집 마련 기회가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서민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정책금융으로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르고 대출이 늘어나는 그런 위험이 현실화했다고 본다"며 "그래서 이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서민이 대출받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에서 좀 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의도와 달리 높아진 주택 가격이 정책금융을 더 많이 하게 하고 정책금융이 다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는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확답을 아꼈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전망에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네 분은 3개월간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견해를, 두 분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발표, 시행 예정인 점을 이유로 꼽았다.

유지를 주장한 의원 2명은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차가 있을 것이며 향후 3개월 내까지는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정책이라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이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기관과 매체에서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은은 그런 견해를 취합해 듣고 내부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개월 시계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며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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