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올해 말 임기를 앞둔 이석용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눈에 띄는 실적이 없는 데다가 농협중앙회가 내부통제를 이유로 체질 개선에 나선 탓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12월 31일 2년 임기를 마친다. 이 회장은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경제부처에서 일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맡았으며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해서 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력만 보면 전형적인 관료 출신 인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금융 관련 이력을 찾을 수 없어 취임 전부터 '관피아' 논란이 거셌다.

실제로 농협금융지주 노조는 애초부터 즉각 반발했다. 같은 시기 우리금융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역시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취임 전 첫 일정으로 우리금융 노조와 만난 임 회장과 달리 이석준 회장은 갈등 봉합을 위한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이 회장은 첫 출근길에서 "논란은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겠다고 생각한다"고 정면 돌파를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1년차에 이석준 회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아쉬움만 남았다. 지난해 농협금융 당기 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전년(2조2309억원)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앞서 농협금융 회장을 맡은 손병환 전 회장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유력했던 만큼 대조된 모습에 아쉬움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손 전 회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농협금융 순이익 2조2919억원을 이끌면서 전년 동기(1조7359억원) 대비 32%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농협지주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다.

호실적을 거둔 손 전 회장 대신 이석준 회장이 선임된 이유는 농협중앙회 입김 덕이라는 해석이 꾸준하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후보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임추위를 구성하는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구조여서다.

손 전 회장 임기 만료 당시 대통령이 바뀌면서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접점이 있는 인물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이제는 이석준 회장 연임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 중 하나로 농협중앙회장이 바뀌었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제25대 농협중앙회 회장에 당선된 강호동 회장은 앞서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내면서 세를 불렸다.

이후 강 회장은 취임 이후 두 달여 만에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먼저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임추위, 보수위원회, 이사회 운영위원회에 포함됐다. 박 이사는 강호동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임원 물갈이 국면에서 선임된 류길년 비서실장, 하명곤 NH농협케미컬 대표, 박서홍 농협경제지주 대표, 김정식 농민신문 대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 모두 강 회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최측근이다.

강 회장은 취임 이후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선언했다. 발표 내용에는 △사고 유발한행위자에 즉각적 감사·무관용 원칙에 의한 처벌 △공신력 실추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 지원 제한 △중대사고 관련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제한 △사고 발생 관련 책임자에 즉각 직권정지 등이 포함됐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올해 농협은행은 3건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총 규모는 약 174억원으로 공시에 따르면 사고는 2018년, 2019~2023년, 2020~2023년 발생했다. 모두 이석준 회장 임기 중 발생한 셈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은행이지만 지주가 금융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다가 가장 주요 계열사에서 생긴 사고인 만큼 이석준 회장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이런 내부통제 강화 자체가 강호동 회장 장악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타 계열사와 달리 농협지주와 은행은 강 회장 취임 이후 인사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 지주 계열사 임원진이 먼저 자리를 내놓거나 임기 만료 전 교체됐다"며 "노조 반대에도 취임 이후 따로 미팅이 없었고 실적도 미진한 만큼 이석준 회장을 바꾸기 위한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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