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NH농협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부진이 뼈아프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충분히 갖춘 상태지만 활용이 아쉽다는 분석이다. 특히 NH농협생명의 순이익 규모가 줄어들면서 농협금융지주가 컨트롤타워 역할에 미흡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석준 회장 임기가 올해 말까지 예정된 가운데 이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주요 평가 대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23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중 NH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7783억원으로 그룹 전체에서 79.6%를 차지했다.

앞서 2022년에도 농협금융지주 순이익(2조2309억원) 가운데 농협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70.7%(1조797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농협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9%p 증가한 셈이다.

농협금융의 비은행 계열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농협금융을 포함한 5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중 비은행 기여도가 가장 높은 KB금융은 이미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비중 32%를 넘겼다.

일단 농협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실적이 가장 좋은 곳은 단연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37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엔 이를 43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거래 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과 운용 수익이 모두 상승한 덕분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증권사 이익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나머지 계열사는 전망이 어둡다. 먼저 농협생명 실적이 2022년 2190억원에서 지난해 1817억원으로 313억원 줄었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3조원으로 우리금융지주가 현재 검토 중인 동양생명-ABL생명 동시 인수 후 통합을 마치더라도 더 큰 수준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중 다섯 번째 규모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에도 고전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분기 순익 1077억원을 냈으나 올해 1분기에는 784억원으로 상징적인 '1000억원 순이익'을 무너트렸다.

NH농협손해보험 역시 2022년 1147억원에서 지난해 1453억원으로 소폭의 순이익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598억원의 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9억원) 대비 200억원 꼬꾸라진 성적표를 받았다.

NH캐피탈도 2022년 순이익 1031억원에서 지난해 855억원으로 감소세를 겪었으며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동기(246억원) 대비 83억원 하락했다.

NH저축은행도 2022년 8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76억원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는 17억원 흑자로 1년 전보다 3억원 오른 실적을 냈지만 저축은행 업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남은 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NH농협리츠운용과 NH벤처투자는 지난해 각각 1억원과 8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NH-아문디자산운용은 2022년과 지난해 모두 26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문제는 내년 업황이다. 특히 보험사는 수익성 지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보험계약마진(CSM)을 평가하는 과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규제에 따른 실적 하락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금융업종의 밸류업 모멘텀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보험업종은 고성장 이후의 수익성 지표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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