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법원에 낸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기각됐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공복리'를 언급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된 것이다.
의대생 '학습권'보다 정부 '공공복리' 우선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 수험생 등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들에 대해서는 신청 자격이 없다며 이전처럼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대생들의 신청을 기각한 것에 대해 "의대생들의 손해 때문에 이 사건 집행을 정지할 경우, 필수·지역 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 전제인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대생의 학습권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근거에 대해서도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왔다"고 봤다.
의료계 '재항고', 환자단체 '갈등 멈춰야'
대한의사협회는 17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재항고하며 끝까지 법정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소송을 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17일 "이날 오전 9시 대법원에 내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이유서를 서울고법 행정7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 대학은 5월31일까지 홈페이지에 정원을 포함한 '수시 모집요강'을 학칙 개정 등을 마무리한다. 그 안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오기는 시간상으로도 어렵다.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되고, 정부의 법원발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7일 "의료공백 사태가 이번 사법부 판단을 기점으로 더 이상의 논쟁과 갈등은 멈추어야 한다"며 "사법부 판단을 요청한 의료계는 본인들이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고 해 스스로 부정하고 다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 공백 종식을 위한 협상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큰 고비 넘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섰다"며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앞으로 정부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다.
전병왕 실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 실장은 이어 "의과대학 교육의 질도 확보해 의학교육 여건 개선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선진국 수준의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속히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