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들은 해외부동산 추가 손실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중소형사들은 브릿지론과 PF 부담이 자기자본대비 높아 PF 시장이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추가 손실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부동산 경기침체 수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 △본PF 부실 수준, △브릿지론 부실 수준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금융업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착륙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증권사들은 1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경착륙 시에는 2조5000억원, 위기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추가 충당금은 4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위험수준이 높은 브릿지론 위험노출액은 4조8000억원으로 전체 브릿지론의 46%수준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담이 11%로 대형사보다 6%p가 높다.
위험수준이 높은 본PF 위험노출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체 PF 대출의 약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손익분기점(엑시트 분양률) 미달성 익스포져는 7조3000억원이고, 올해 만기도래 익스포져 1조9000억원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PF 위험은 건전성 지표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형사 PF 요주의이하비율은 15.3%로 2022년보다 7%p 상승했고, 중소형사는 38.6%로 무려 13.9%p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PF 구조조정 가속화가 증권사 재무지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위축된 부동산 시장 경기를 고려하면 선별과 정리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사업장이 부실 PF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이연됐던 부실화가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나면 건전성, 수익성, 자본적정성, 유동성 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부동산PF 충당금은 지난해 기준 3조2000억원으로 4분기에만 1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정부가 브릿지론 관련 충당금 적립 강화를 요구하면서 증권사들이 4분기 중 브릿지론에 대해 상당 수준 건전성을 재분류하고 충당금을 반영한 탓이다. 지난해 증시 회복으로 위탁매매부문 이익규모가 회복돼 충당금 적립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PF 구조조정이 연착륙하더라도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전체 부동산PF 잔액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대형사 10%, 중소형사 12% 수준인데, 질적 구성이 열위한 중소형사는 실질을 고려할 때 적립률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신평은 연착륙 시나리오 충당금이 적정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대형사는 2%p(12%), 중소형사는 13%p(25%) 수준까지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함에 따라 수익성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착륙 시나리오에서는 6개사, 위기 시나리오에서는 13개사가 연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자본이 5% 이상 감소하는 증권사도 8개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형사는 해외부동산 추가 손실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부동산 양적 부담은 약 13조원으로 부동산PF에 비해 적지만, 상업용 오피스에 약 절반(미국 13%, 유럽 26%)이 분포하고 있어 유형과 지역에 대한 집중 위험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오피스 손실이 36.5%로 타 지역 대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도 오피스와 숙박시설 손실이 30.6~30.8%로 낮지 않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말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증권사 손실에 대한 재무제표 반영은 일정 수준 이뤄졌고, 앞으로의 리스크는 예측과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PF 구조조정과 금융기관의 손실 반영 속도는 시장과 제2금융권 회사들의 감내력을 토대로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PF 시장이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증권사는 여전히 추가적인 손실 부담을 안고 있고, 이는 중소형사에 집중돼 있으며 이미 사업기반 위축도 크게 나타난 상황"이라며 "대형사는 부동산PF우려가 신용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만기가 가까워지는 본PF 분양 위험, 미착공 본PF 사업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손실 부담 확대 여부를 지켜볼 예정이다. 금리환경과 부동산금융 외 사업부문 수익기반 확보 여부도 증권사들의 신용도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