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언맨' 로다주와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 아카데미상 수상 현장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아카데미상의 백인 중심 수상 경향도 비판받고 있다.
현지시각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다른 이름인 '오스카(Oscars)'로도 유명하다. 아카데미상은 이전 해당 분야 수상자가 시상을 하는 것이 관례다.
이날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는 시상자인 키 호이 콴을 상대로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키 호이 콴은 베트남 출신의 동양계 미국인 배우로, 로다주는 키 호이 콴이 건네는 트로피를 눈조차 마주하지 않고 가져간 반면 단상 위의 다른 사람들과는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까지 했다. 로다주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키 호이 콴과 인사하지 않았다.
비슷한 논란은 엠마 스톤의 수상 장면에서도 이어졌다. 엠마 스톤은 양자경이 트로피를 건네자 제니퍼 로렌스 쪽으로 끌고 갔으며, 제니퍼 로렌스가 트로피를 넘겨주자 웃으며 사람들과 포옹했다.
이에 X(트위터), 국내 네티즌 등은 두 사람이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외국 네티즌은 트위터 내 로다주의 수상 장면 영상에 "그(로다주)는 자신에 가득 찬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인용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로다주의 순간이지만 키 호이 콴의 순간이기도 하다"며 "그(키 호이 콴)는 (단상) 위의 5명 중 가장 무시당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동양인 시상자를 '패싱'한 두 사람의 행동이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란 것이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아주 작다는 뜻의 'Micro'와 공격을 의미하는 'aggression'의 합성어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가해자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피해자에게 적대적, 부정적, 경멸적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대표적 예시로, 동양계 미국인에게 '진짜' 어디서 왔는지를 되묻는다면 마이크로어그레션에 해당한다. 흑인이나 라틴계 사람이 눈앞에 지나갈 때 지갑을 움켜쥐거나, 동양계 미국인에게 영어 실력을 칭찬하는 것도 전형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이다. 반대로 아시아 국가에서 비아시아 인종 한국인에게 한국어 실력을 칭찬하는 것도 마이크로어그레션이다.
아카데미상의 백인 남성 위주 수상 기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카데미상은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상의 백인 수상률이 높고, 이에 따라 '백인 잔치'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지난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양자경은 역대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중 유색인종 배우로는 두 번째에 해당했고, 아시아인 배우로는 최초였다. 이를 지적하는 '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바뀐 시상 인원도 문제가 제기됐다. 아카데미상은 지난해까지 각 분야 전년도 수상자가 단독으로 시상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부터 지난 수상자들의 권위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작년 수상자뿐만 아니라 역대 수상자 4인까지 함께 무대에 올라서도록 바꿨다. 지난 2023년 오스카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모두 동양인이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과 인종차별은 관련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로다주는 무대 뒤에서 키 호이 콴과 서로 포옹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됐다. 양자경은 1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엠마 스톤과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오스카 트로피를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장면을 나누고 싶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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