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게이라'에서 떨어진
마른 잎들을 밟으며 걸을 때마다
나는 나의 '에스콜라'를 생각해
그리고 내 '에스타썽 프리메이라'의 시인들을
몇 번을 '모호'를 걸어 올라갔는지 몰라
타는 듯한 햇살 아래 노래를 부르며
그리고 이렇게 내 인생은 끝을 향해 가지
더 이상 난 노래할 수 없다고
시간이 내게 가르쳐 줄 그 때
그래, 난 내 기타의 곁에서
나의 젊은 날을 그리워하겠지
삼비스타 넬손 카바키뇨Nelson Cavaquinho와 길례르미 지 브리토Guilherme de Brito가 함께 만든 명곡 [Folhas Secas]의 가사를 읽으며, 지난 회에 이야기했던 '에스콜라 지 삼바'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이제 이 가사에 등장하는 몇몇 단어들의 의미를 통해, 이 곡이 무엇을 노래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망게이라'의 사전적 의미는 망고 나무, 하지만 동시에 이 노래에서는, 오랜 전통을 가진 대표적 에스콜라 지 삼바, 망게이라를 지칭하는 또 하나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망게이라'의 정식 명칭은, 지난 회에 살펴본 것처럼 G.R.E.S. Estacão Primeira de Mangueira이고, 이 가사에는 이 이름이 곳곳에 절묘한 운율로 배치되면서 '망게이라'에 대한 화자의 깊은 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망게이라의 공식적인 창설은 1928년, 그러니까 벌써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에스콜라 지 삼바로, 1923년에 창설된 '포르텔라'와 함께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유명하며, 또 가장 사랑받는, 말 그대로 에스콜라 지 삼바의 대명사이자, 개척자라는 것은 이미 쓴 대로다. 망게이라라는 이름은 이 에스콜라가 결성될 무렵의 활동 거점이었던, 리오 데 자네이로의 한 동네 이름 'Morro de Mangueira(모호 지 망게이라: 망고나무 언덕)'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망게이라에서 활동을 했거나, 직접 소속되지는 않았더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음악가들도 다수에 달한다. 태동기부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망게이라의 얼굴, 카르톨라Cartola, [Folhas secas]를 비롯해서 [Pranto de poeta(시인의 눈물)], [A flor e o espinho(꽃과 가시)], [A vida(생명)] 등 많은 명곡을 함께 만든 길례르미와 '카바키뇨(의) 넬손' 콤비, 2008년 1월,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2006년의 카니발까지 장장 56년 간 망게이라의 현역 퍼레이드 가수로 활약했던 자멜렁Jamelao, 자신의 노래를 통해 재야에서 활동하던 많은 삼비스타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여가수 베치 카르발료Beth Carvalho 등 여러 거장들이 그들의 인생을 바쳐 망게이라를 사랑했고,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시코 부아르키Chico Buarque 등도 망게이라에 바치는 노래들을 만들었다.
넬손과 길례르미가 이 곡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은, 역시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작사, 작곡을 모두 함께 했다는 의미에서의 공동 작업인데, 에스콜라 지 삼바라는 공동체를 거점으로 하는 친밀한 교류를 통해 함께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가사도 멜로디도 같이 만들어 가는 작업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길례르미 지 브리토(1922-2006)는 58세 때인 1980년에 첫 솔로 앨범을 녹음한 이래 다섯 장의 리더 앨범을 남겼고, 넬손의 앨범을 비롯해 그밖에도 다수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2006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박창학(작사가, 음악 프로듀서)
- 남쪽으로 난 돌아간다/ Astor Piazzolla - 'Vuelvo al Su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④]
- 시인의 눈물 Nelson Cavaquinho - 'Pranto de Poeta'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③]
- 태양이 떠오를 거야 Cartola - 'O Sol Nascerá (A Sorri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②]
- 연재를 시작하며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①]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 - 'fullmoon'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⑥]
- 슬로 모션 보사노바/ Celso Fonseca - 'Slow Motion Bossa Nova'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⑦]
- 친구 기타/ João Gilberto - 'Violão Amigo'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