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게이라에서는 시인이 죽으면 모두들 눈물을 흘리지
난 망게이라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어
왜냐하면 내가 죽을 때 누군가 눈물 흘려 줄 것을 알기 때문에
하지만 망게이라에서의 눈물은 아주 다른 것이지
그건 손수건 없는 눈물,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 눈물
판데이로와 탕보링 소리와 함께 나를 위해 울어 줄 누군가를 갖게 될 거야

카르톨라와 거의 같은 시대(1911-1986)를 살았던 넬손 카바키뇨는, 삼바와 망게이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이름이다. 가난한 헌병대 밴드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담뱃갑과 철사로 수제기타를 만들어 독학으로 연주를 거듭한 끝에, 그는 결국 이전의 어느 누구와도 다른 독보적인 주법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거장이 되었고, 수백 곡에 달하는 삼바의 명곡들을 남겼다. 넬손 카바키뇨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 그가 쇼로 밴드에서 카바키뇨를 연주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삼비스타로 이름을 알린 이후의 그가 주로 연주했던 악기는 기타였고, 한 번 들으면 그의 것이라고 바로 알 수 있는 독특한 연주와 창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의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노래는 넬손이 평생의 음악 동료였던 기례르미 지 브리토Guilherme de Brito(1922-2006)와 함께 만든 그들의 대표곡 중 한 곡인데, 각각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는 형태가 아닌, 공작자로서 함께 노래를 만드는 예를, 삼바를 비롯한 브라질 음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40년 전후부터 넬손의 곡은 다른 가수들에 의해 녹음되기 시작했으나, 카르톨라의 경우도 그랬던 것처럼, 넬손이 그의 첫 솔로 앨범 'Depoimento do Poeta(시인의 증언)'을 녹음한 것은 1970년의 일로, 이후 그는 타계하기 직전인 1985년까지 세 장의 앨범을 더 녹음했다. 그의 인생 역시 생활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전업 음악가라기보다는 야경 경찰 등 다른 직업들을 병행해야 했던 것 또한 많은 삼비스타들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살아 온 삶의 우여곡절을 진솔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승화시켜 인생의 애환을 노래한 그들에게, '시인'이라는 말만큼 걸맞은 이름도 따로 없을 것이다.
*쇼로Choro: 삼바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전통 음악 장르로 판데이로Pandeiro, 탕보링Tamborim 등의 타악기와 어쿠스틱 기타, 7현 기타, 반돌링Bandolim(만돌린과 같은 계통의 복현 4현 악기), 카바키뇨(우쿨렐레와 기원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형 4현 악기) 등의 현악기, 멜로디를 담당하는 클라리넷, 플루트, 색소폰 등의 관악기 위주로 소규모의 앙상블을 구성한다.
반돌링, 카바키뇨는 코드 연주를 통해 하모니와 리듬을 주로 담당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멜로디 악기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넬손의 예에서처럼 Jacob do Bandolim, Paulinho da Viola, Jair do Cavaquinho, Dino 7 Cordas 등 쇼로와 삼바의 역사에는 각 악기의 명인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앙상블의 구성과 연주 형태에도 자신의 인장을 남기며 장르 자체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었다.
'쇼로'라는 이름은, 이 노래의 가사 첫 문장에도 등장하는, '울다, 눈물 흘리다'라는 의미의 동사 Chorar에서 온 것이다.
박창학 (작사가, 음악 프로듀서)
- 태양이 떠오를 거야 Cartola - 'O Sol Nascerá (A Sorri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②]
- 연재를 시작하며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①]
- 남쪽으로 난 돌아간다/ Astor Piazzolla - 'Vuelvo al Su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④]
- 마른 잎들/ Guilherme de Brito - 'Folhas Secas'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⑤]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 - 'fullmoon'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⑥]
- 슬로 모션 보사노바/ Celso Fonseca - 'Slow Motion Bossa Nova'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⑦]
- 친구 기타/ João Gilberto - 'Violão Amigo'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