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소울: 박창학의 지구 반대편 음악 이야기』이라는 남미 음악 안내서를 출간한 것이 2009년의 일인데, 거기 실린 원고들을 쓰면서 가장 많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것의 답답함이다.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음악을 말하는 것이 때론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었다. 그래서 언급했던 음악들을 담은 CD를 부록으로 제작하는 것도 추진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음악을 듣는 방식과 상황은 실로 크게 바뀌어서, 역사 상 유래가 없을 만큼, 세상의 모든 음악을 언제든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가능해질 거라는 건 15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제 지인들에게 어떤 음악을 소개할 때, 뮤지션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얘기해 줄 것까지도 없이 그냥 내 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로 음악을 틀기만 하면, 각자의 전화기가 음악을 듣고 누구의 어떤 곡인지 바로 띄워 준다. 나중에도 그 검색 이력이 전부 남아 있으니 굳이 메모를 해 둘 필요도 없고, 그 이력이 바로 스트리밍 사이트로 연결되니까 CD나 음원파일이 없어도 언제든 다시 그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애초에 굳이 내 컴퓨터 앞에 같이 앉아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 링크만 보내 주면 되는 일이지만.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소개하는 뮤지션과 음악들 대부분은 이제 유튜브 검색만으로도 쉽게 들어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 말로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아직 몰랐던 음악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이어 갈 생각이다. 지금 시대에 어떤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은, 그 음악을 들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음악이 이 세상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막상 써 놓고 보면 딱히 큰 의미 없는 뻔한 문장 같긴 하지만, 음악을 책으로 공부했던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는 뭔가 ‘새로운 발견’처럼 가슴을 울리는 게 여기에는 분명히 있다.
박창학 (작사가·음악 프로듀서)
- 태양이 떠오를 거야 Cartola - 'O Sol Nascerá (A Sorri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②]
- 각각의 시선으로 본 옛 서울...서울역사박물관, '네개의 시선' 발간
- 시인의 눈물 Nelson Cavaquinho - 'Pranto de Poeta'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③]
- 남쪽으로 난 돌아간다/ Astor Piazzolla - 'Vuelvo al Sur'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④]
- 마른 잎들/ Guilherme de Brito - 'Folhas Secas'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⑤]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 - 'fullmoon'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⑥]
- 슬로 모션 보사노바/ Celso Fonseca - 'Slow Motion Bossa Nova'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⑦]
- 친구 기타/ João Gilberto - 'Violão Amigo' [박창학의 월드뮤직 가이드 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