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영화 '콘택트'와 '컨택트'. '콘택트'는 1997년 작품이며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 'Contact'가 원작이다. 한편 '컨택트'는 2016년에 개봉했으며 원제는 'Arrival'이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외계인과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외계에 지적 문명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 말이 통할까? 외계인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위의 두 영화 중에서 1997년 작품 '콘택트'에서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미 외계 지적 문명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과학', 또는 '수학'이다.
이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있지만 재료는 모두 동일하다. 바로 수소와 헬륨 등의 원소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원소들의 구조에 대해서도 상당히 잘 알고 있다. 원소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전자 등으로 나뉜다. 원자들이 모이면 분자가 된다. 분자는 다양한 종류의 물질들을 이루는데 우리는 이러한 물질들의 3차원 분자 구조도 잘 알고 있다.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정도의 외계 지적 문명이라면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물리화학 지식에다 전파공학이나 광학, 또 운동 역학과 상대성이론까지 물리학 전반에 걸쳐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식을 쌓으려면 그 기초가 되는 수학이라는 논리 체계도 필수적이다. 즉 화학, 물리학, 수학 등은 우주 어디에서나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보편적 지식인 셈이다. 이 지식을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그다음 단계의 의사소통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것이다. 1997년 영화 '콘택트'는 바로 이런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한편 2016년 영화 '컨택트'는 여기에 더해 한층 확장된 SF적 상상력을 펼친 작품이다. 주인공은 지구에 온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이다. 그런데 이 외계인의 언어에 다가올 미래까지 예견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인류는 시간을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는 선형적인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이 외계인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동시성을 부여하는 언어 체계를 발달시킨 것이다. 이런 언어를 가진 존재는 과연 세상과 우주를 어떻게 볼까? 그런 존재는 어떤 문화와 사회를 이룰까?
SF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렇게 시공간적 시야를 확장시킨다는 것에 있다. 과학적 묘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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