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낙오된 주인공이 기지 안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장면은 작품의 시그니처처럼 계속 회자된다. 그런데 그처럼 지극히 한정된 조건이 아니라 아예 화성 전체를 완전히 지구처럼 바꾸어버리는 기술이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있다. 바로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테라포밍이란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 천체를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 즉 지구처럼 바꾸어버리는 거대한 우주공학 기술을 일컫는다. 먼저 숨 쉴 수 있는 대기 및 물을 만들고 살기에 적당한 기온 및 기압을 조성한다. 그리고는 식물을 심어 지속 가능한 순환생태계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테라포밍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가 바로 화성이다. 사실 화성보다는 금성이 지구에서 더 가깝고 크기도 비슷해서 중력도 별로 차이나지 않지만, 대기 성분도 많이 다르고 기온이나 기압이 너무 높아서 테라포밍 비용이 화성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SF에서 테라포밍을 묘사할 때는 주로 화성이 대상이었다. 발 킬머가 주연했던 2000년 영화 '레드 플래닛'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 밖에는 목성의 달 유로파나 토성의 달 타이탄 등도 테라포밍의 후보지로 언급되곤 하는데, 이들의 지하에는 지구보다도 많은 액체 상태의 물을 머금은 거대한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파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꽤 있다고 한다. 영화 '유로파 리포트'(2013)는 유로파의 지하 바다에 사는 생명체를 상상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테라포밍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받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 중심의 제국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화성이든 다른 어디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태계가 존재할 수도 있는데 테라포밍을 하면 십중팔구 그들은 다 멸절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러한 논의는 적어도 지금으로선 시급하지는 않다. 화성의 테라포밍은 이론상 최소 500년에서 수 천 년까지 걸릴 전망이고 만약 착수한다고 해도 그 시점은 아주 먼 미래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우리 인류가 지구를 넘어서는 윤리적 상상력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인 것이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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