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잉' 포스터(왼쪽), 영화 '2012' 포스터(오른쪽). 사진 = 네이버 영화 
영화 '노잉' 포스터(왼쪽), 영화 '2012' 포스터(오른쪽). 사진 = 네이버 영화 

지난 며칠 사이 유럽 대부분과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오로라가 목격되어 지구촌의 화제가 되었다. 흔히 오로라는 캐나다 북부의 옐로우나이프 같은 오지에나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북극 및 남극에서 비교적 가까운 여러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오로라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사실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태양 표면에서 지자기 및 방사선 폭풍이 대규모로 발생하여 지구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양풍은 전파 통신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의 작동에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실제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거나 인공위성이 불통이 되거나 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재난을 다룬 몇몇 SF영화들은 이처럼 강력한 태양 폭풍으로 지구 인류가 궤멸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노잉>(2009)은 태양에서 초대형 폭발('슈퍼 플레어'로 표현)이 일어나 지구의 자기장은 물론 대기까지 모조리 쓸려나가고 땅이 불타는 상황을 묘사한다.

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2009)도 태양 폭발로 인한 지구 내부 입자들의 가열로 대지진과 슈퍼화산 분화, 해일 등 온갖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런 조짐을 미리 알아차린 각국 정부들이 제각기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내용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이밖에 <메이즈 러너>(2014)나 <코어>(2003) 등의 영화도 태양 표면 폭발이나 태양풍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재앙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재난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위협인 것일까? 사실 태양 표면 폭발은 수시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흑점의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태양 흑점은 11년의 주기로 증가했다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일을 반복하는데 흑점 극대기가 되면 태양 표면 폭발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역사적으로는 1859년에 일어난 태양 폭풍이 이제까지 관측된 가장 강력한 것이었으나 다행히도 그 당시는 아직 인류가 전기나 전신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이어서 피해 규모는 적었다. 흔히 '캐링턴 사건'이라고 일컫는 그때의 태양 폭발이 만약 지금 일어난다면 인류 문명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며 복구하기까지 최대 10년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비교적 최근의 태양 폭풍은 2003년에 일어난 것이 유명하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 정전과 변압기 폭발 등의 사고가 일어나고 인공위성이 손상되기도 했다. 한편 2012년에는 캐링턴 사건 이후 가장 큰 태양 폭풍이 발생했지만 다행히도 지구를 비껴가는 방향이어서 별 피해가 없었다. 아무튼 이상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 폭풍은 평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지만 일단 발생하기만 하면 생각보다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글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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