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에 북미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은 부분일식과 개기일식이 있는데, 부분일식과는 달리 개기일식은 기온도 내려가고 밤이 된 것처럼 사방이 어두컴컴해지며 별까지 보인다. 이렇듯 개기일식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이기에 개기일식만 찾아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클립스 체이서(eclipse chaser)'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우주 전체적으로 보면 개기일식은 상당히 드물 거라고 한다.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 바라보는 달의 크기가 태양보다 같거나 더 커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처럼 태양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연성(짝별)으로 이루어진 태양계가 더 많기도 하다. 그만큼 하늘의 태양들을 모두 가리는 일식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 된다.

이런 설정을 바탕 삼아서 세계적인 SF작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전설의 밤(Nightfall)'이라는 소설을 쓴 바 있다. 이 작품은 밤이 없는 어떤 외계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늘에 태양이 여섯 개나 있어서 언제나 그중에 최소한 한두 개는 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세계에는 옛날부터 전해지는 불길한 전설이 하나 있다. 1천 년마다 한 번씩 밤이라는 것이 찾아오고, 그러면 천지가 암흑에 휩싸이며 별이라는 것들이 나타나서 세상은 종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태양이 하나만 있어도 그 열기와 에너지가 대단할 텐데 두셋도 아니고 여섯 개나 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 태양이 여섯 개나 모여 있는 항성계가 이미 발견되었다.

별자리 중에서 쌍둥이자리는 모두 8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밝은 별, 즉 알파성(으뜸별)을 자세히 관측한 결과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이 서로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하나로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망원경 성능이 좋아지면서 그동안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세 번째 별이 또 하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관측 장비가 점점 좋아지면서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 세 별들이 사실은 제각기 별 두 개가 가까이 붙어있는 연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즉, 도합 여섯 개의 별들이 한데 모여 있는 셈이다. 만약 이 별들 주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어서 역학적 균형을 유지한 채 공전궤도를 돌고 있다면 앞에서 소개한 소설처럼 하늘에 여섯 개의 태양이 떠 있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는 당연히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힘들다. 태양들이 일렬로 선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달이 가려줘야 가능하다. 그래서 아시모프는 1천 년에 한 번꼴로 드물게 개기일식이 일어난다고 설정하면서 갑자기 닥친 어둠에 놀란 사람들이 세상을 밝히려고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다가 문명이 멸망한다는 상상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1941년에 단편소설로 처음 발표된 '전설의 밤'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장편으로 개작되기도 했으며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바 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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