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원으로 예상됐던 CJ올리브영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이 10억대로 마무리되며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번 인사에서 CJ그룹 3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가 후계자 자리에 한 발 더 다가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달 중순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을 비롯해 롯데그룹까지, 유통기업들이 이미 내년도 인사를 마무리 한 가운데도 유독 CJ그룹의 인사는 늦어졌다. 내년 초나 돼야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경영승계에 자금줄' CJ올리브영의 공정위 매머드급 과징금 부과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7일 올리브영이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았고, 과징금도 애초 예상됐던 최대 58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18억9600만원에 그쳤다.
리스크에서 벗어난 CJ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오너 3세 이선호 경영리더가 경영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1990년생인 이 경영리더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CJ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 CJ 지주 경영전략실 부장을 지냈다.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5개월 만에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지며 정직처분을 받고 자숙에 들어갔다. 이후 2021년 경영에 복귀해 현재 CJ제일제당에서 해외식품 사업을 담당하며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로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4조6734억원을, 영업이익은 28.8% 줄어든 275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식품 사업은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 분야에서 해외사업 점유율은 3분기 기준 44%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 권역에 해당하는 북미에서는 만두가 그로서리 경로 점유율 52.5%를 차지했고, 지난 분기에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도 2위 브랜드와 격차를 벌리며 20.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경영리더가 담당하고 있는 해외식품 사업의 선전으로 분위기가 좋은 데다, 내년이 창립 70주년의 해인 만큼 이번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경영 복귀 후 그간 업무 폭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이 경영리더가 올해 인사를 통해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경영리더의 인사는 한차례 쉬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승진 보다는 경영승계의 열쇠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경영리더는 지난 201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변종 대마초를 밀반입하려다 적발, 당시 검찰은 그를 마약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추가 수사를 벌여 이 경영리더가 같은해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LA등지에서 대마 오일 카드리지를 수차례 흡연한 사실도 확인했다. 법원은 이 경영리더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후 이 경영리더는 2021년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으로 복귀, 2022년 말에는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CJ그룹의 임원 직급은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총 6단계였으나, 임원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 이 과정에서 복귀 1년도 안된 이 경영리더를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이 경영리더는 이재현 회장이 앓고 있는 사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다. 사르코-마리-투스병은 수십여 종류의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전성 신경병증이다. 운동·감각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돼 팔과 다리 근육이 약화되면서 보행 장애가 발생한다.
이재현 회장 입장에선 경영승계가 다급하다. 결과적으로 공정위 칼날을 피한 올리브영 IPO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경영승계에 자금줄로 여겨진다. 앞서 CJ그룹은 이 경영리더에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4년 보유하고 있던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9%를 이 경영리더에게 증여한다. CJ시스템즈는 CJ올리브영과 합병하고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이재현 회장이 남은 지분을 모두 증여 하면서 이 경영리더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IT부문으로 분할하는데, IT부문을 CJ의 100% 자회사로 둔다. 당시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롤 보유 한 이 경영리더는 추가로 CJ지분 2.8%를 확보한다. 이 과정에 시민단체 등은 그룹 주도하에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 가치를 부풀려 이 경영리더의 CJ 지분 확보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경영리더가 빠른 속도로 보폭을 넓혀오다 보니 아직은 후계자로서 경영 성과를 평가받기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런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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