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연말 임기종료를 앞둔 대표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부 인사는 물밑에선 연임을 기대한다는 눈치지만 제각각 공과가 분명해 명암이 어느 쪽으로 갈릴지 주목된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유광열 SGI서울보증 대표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
이들의 거취를 두고 여러 의견이 감지되지만 국회의원 출신 정지원 회장과 금융감독원 출신 유광열 대표는 관피아 논란 속 지난 정부 '알박기 인사'라는 이미지가 있어 교체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지원 회장, 실손 간소화 높은 평가 속 '관피아' 이미지 여전 = 먼저 올해 말 임기종료를 앞둔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거물 정치인 출신으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하고 2020년 12월 12일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부임했다. 정 회장은 임기 중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보험료 차등제 도입 등 손해보험업계 현안 해결에 이바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자동차 손해율 개선을 위해 자동차 보험의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를 방지하고 드론과 자율주행 자동차 보험 도입을 통해 신사업 확장에도 노력했다.
그러나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정지원 회장은 부임 당시 '관피아' 논란에 휩싸여 시작부터 업무 추진에 삐걱댔다.
정 회장은 당시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손해보험협회 회장추천위원회는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다음날인 11월 2일 회의를 열어 정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등 잡음을 일으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으로 시작한 정지원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논란이 있었던 만큼 손보협회는 다음 회장 선임에 이전보다 더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환 대표, 전공 살려 도약 이끌었지만 '쇄신' 분위기 영향= KB금융그룹 내에서도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KB손해보험 김기환 대표는 2020년 12월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두각을 보였다. 첫해인 2021년 KB손해보험 실적 반등으로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그 결과 KB손해보험은 김 대표가 부임한 이후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KB금융지주 내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KB금융지주 안에서 4%대에 불과하던 KB손해보험의 실적 비율을 17%대까지 끌어올렸다.
또 김기환 대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활동에도 강점을 보였다. 지난 15일 데이터앤리서치가 실행한 사회공헌도 조사에서 KB손해보험은 손해보험사 중 1위에 오르는 값진 기록도 써냈다. 아울러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펫보험 시장 '메기'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한국 토지개발공사(LH)의 화재보험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 제재를 받았다. 당시 KB손해보험은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과징금 17억원을 부과받았고 보험대리점의 모 법인 임직원 등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유광열 대표, 변화 이끌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추락 = SGI서울보증보험의 유광열 대표는 임기 중 안정적인 경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이뤄냈다는 평가다. 부임 이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순이익 확대 등 양적 성장은 물론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도 이바지했다.
사회공헌 실천에도 앞장섰는데 부임 이후 'SGI ON'이라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들어 미래세대를 위한 여러 활동을 펼쳤다. 아울러 'SGI상생플러스'를 시작으로 중소기업 신용도 관리, 지역 복지시설 후원, 새힐링희망 펀드 등 서민 금융지원에도 힘썼다.
이런 성과와 반대로 SGI서울보증보험의 수익성은 오히려 꼬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SGI서울보증의 영업이익은 24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4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7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11% 안팎으로 준수했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7.8%로 뚝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