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사옥.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 사옥. 사진=메리츠증권

차액결제거래(CFD) 거래 재개 가능일 다가오는 가운데 증권사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사회적 여파를 고려해 대다수 증권사는 재개에 신중한 반면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는 9월 1일부터 곧바로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아직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몇몇 증권사의 섣부른 결정은 동업자로서 아쉽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CFD 거래가 재개된다. 기존 CFD 상품을 운용했던 증권사 13곳 가운데 이들 3곳은 9월 1일 서비스 재개를 확정했다. NH투자증권은 10월부터 재개한다.

나머지는 아직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키움증권·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 5곳은 서비스 재개로 방침을 정했으나 정확한 일정은 검토 중이다.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 등 3곳은 서비스 재개 여부 자체를 두고 검토 중이다. SK증권은 아예 CFD 서비스를 종료했다. 

CFD는 빚투의 일종으로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증거금만 납부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매한다.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거래하는 만큼 투자 리스크가 크다.

앞서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주가 하락사태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CFD 계좌에서 발생한 반대매매(주식 강제 처분)가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은 6월부터 3개월간 CFD 거래를 중단했다.

당국은 전문투자자요건을 강화하고 신용공여 한도를 상향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체계 개편을 완료하는 증권사부터 거래를 재개하도록 정비했다.

이런 가운데 CFD 거래 허용 가능 날부터 곧바로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가 재개를 결정하면서 일부에서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당사 CFD 재개 시점이 특별히 빠른 건 아니다"며 "(SG증권발 주가하락) 사태가 터진 이후 제도를 정비해서 당국과 발을 맞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FD 거래 서비스를 재공한 대다수 증권사는 아직 관련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시기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FD 거래 재개를 아직 안 하는 곳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CFD 관련 이슈들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나지도 않았다고 보고 급하게 재개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관련 이슈가 정리되고 나면 그때 해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전과 달리 CFD 규제가 강화되면서 큰 장점도 없을뿐더러 고객을 위해서라도 더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사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은 다 준비된 상태"라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 재개 시점에 대해 상황을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CFD 사업을 중단한 SK증권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CFD 고객도 많지 않은 데다가 최근 여러 가지 논란도 많아 실익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도 강화 이후 큰 수익을 위한 CFD 매력도는 떨어진 상태다. 기존에 CFD는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 100% 이내)에 포함되지 않았다. CFD 투자를 통해 증권사가 상당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제도 변경 이후 CFD를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하기로 했다. 주가조작에 취약한 저유동성 종목의 CFD 취급도 제한한다.

CFD 투자 문턱도 높아졌다. 기존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이면서 연소득 1억원 이상 혹은 부동산 제외 순자산 5억원 이상 등이면 개인도 CFD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분유증이나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가 3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거래가 허용된다. 금융위는 개인전문투자자 중 2%만 해당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폭락 사태 직전 대규모 주식을 처분해 605억원을 챙긴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전 회장에 대해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 사이에서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CFD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고객 성향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각종 보완 체계들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CFD 효용성이 많이 사라져 서비스를 당장 재개하든 나중에 재개하든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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