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한화생명을 시작으로 보험사의 '상생금융'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됐지만 잠잠하다. 상품 개발이 복잡한 보험사 특성에 따라 보험료 조정 등에 난항을 겪는 점이 조용한 배경으로 꼽힌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상생금융 상품을 발표한 보험사는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과 손해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이 유일하다.
보험업계 상생금융 첫 시작은 한화생명이 끊었다. 한화생명은 지난 13일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상생친구 협약식'을 개최하고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한화생명 상생금융 1호 상품의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20~39세로 보장금리는 5년간 5%다. 보험기간 내 결혼 또는 출산 시 납입금액 일정률을 보너스로 지급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는 구조로 설계했다. 아울러 가입 1개월 경과 후부터는 원금이 보장되도록 구성됐다.
한화생명은 추가납입과 납입유예를 추가해 납입 기간 중 고객 편의성도 더했다. 납입 중 여유자금이 생기면 매월 월 보험료의 50% 범위에서 추가 납입이 가능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계약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땐 납입유예를 이용해 해약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한화생명 관계자는 "은행권 청년도약계좌가 가진 장점에 보험사만의 강점이 더해져 최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한 상생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출시한 '출산 후 5년 중대질환 보장강화' 특약은 금감원 상생협력 금융 혁신상품 1호 우수사례로 꼽혔다.
해당 특약은 '출산 후 5년 내 중대질환 보장강화 특약'으로 출산 후 발병률이 높은 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진단 시 가입금액 2배를 보장한다.
이러한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시작으로 보험사들의 상생금융 방안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보험사들의 추가 행보는 없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통상적으로 장기상품을 취급하는 데다가 상품 개발 속도도 타 업계와 비교해 길 수밖에 없다"며 "업계 특성상 상생상품 개발과 상품 출시를 단시간 내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험사가 새로운 보험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보상조건, 보험료 산정, 상품설계, 보험 감독기관 검토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이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장 상생금융에 동참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분기 안정적인 이익을 이어간 보험업계가 상생 규모를 놓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KB손해보험은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5% 치솟았다. 같은 기간 NH농협손해보험 95%, KB라이프생명 213.1%, 신한라이프 32%의 증가세도 나왔다.
이처럼 손해보험사 위주로 큰 폭의 이익을 거두자 보험업계에서 상생금융안 규모를 놓고 물밑 눈치싸움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2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앞서 상생금융에 참여한 카드업계와 비교해 더 큰 규모를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생금융안을 준비 중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최근에 발표한 (카드업계) 상생금융안을 두고 실속 논란이 일어난 만큼 발표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압박이 이런 눈치싸움을 키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상생금융을 내놓으라는 메시지가 계속되면서 보험사가 어느 선까지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목소리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화생명 상생 협약식에서 "상품 특성상 상생금융을 발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은행권과 달리 캐피탈사,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은 건전성이나 운용 여력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여력이 없거나 포트폴리오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요하거나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