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김치·와인 강매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최근 시민단체의 재수사 요구 진정서를 검토할 담당 검사를 변경했다.
내달 해당 사건의 주도 임원 공판을 앞둔 만큼, 공조부에서도 재수사 여부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김치·와인 강매사건' 연루 의혹 재수사와 관련해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제출한 진정서를 소정수 검사실에 재배당했다. 진정서는 공공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에 범죄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수사나 감사를 벌여 죄가 있으면 처벌과 징계를 해달라는 진정을 요구하는 문서다.
애초 해당 진정서는 지난 4월 이정섭 부장검사 나희석 검사실에 배당됐으나 이달 23일 '합의완료' 사유로 소정수 검사실로 바뀌었다. 검사가 사건을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기존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강매사건을 맡아온 소정수 검사실에 재배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7월 6일 해당 사건의 김기유 전 태광그룹 임원 공판을 앞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4~2016년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의혹으로 지난 2019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티시즈와 메르뱅에서 각각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 고가에 강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계열사들이 구매한 김치와 와인은 각각 95억5000만원,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계열사 19곳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결과 이 전 장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범행을 지시한 김기유 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수사 가능성이 열렸다.
이 전 회장 측은 공정위의 과징금납부 명령을 최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계열사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면서도 이 전 회장의 관여 사실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 전 회장이 티시즈의 이익과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에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받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의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총 7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 전 회장 등 총수 일가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의 회원권을 그룹 내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에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조부(이정섭 부장검사)가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기록 검토 중이다.
다만 골프장 회원권 강매 사건과 관련해선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관계자는 "7월 6일 김기유 전 태광그룹 임원에 대한 김치·와인 강매사건 공판을 앞두고 공조부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내린 만큼 이번 재배당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악의적 제보에 기반한 것"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