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1921년 울산에서 11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가난하지도, 부유하다고도 할 수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의 어린 시절 학업 길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반대로 보통학교 진학 없이 2년여의 시간을 집에서 아버지와 한문을 익히며 보냈다.
친구들과 삼동공립보통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큰아버지와 함께 아버지를 설득했고 큰아버지의 학비지원으로 보통학교에 진학했다.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학업이었으나 신격호 명예회장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다시 아버지를 설득한 신격호는 언양공립보통학교에 5학년으로 편입했다. 삼동학교보다 산 고개를 두세 개 더 넘고 시냇물도 서너 개 건너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1935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1939년 추석 본가를 방문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부모님이 소개한 신붓감과 갑작스레 혼인했다. 2년 후엔 견문을 넓히고자 무작정 일본으로 넘어갔다. 학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 도쿄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우유 배달원이다. 성실함을 인정받은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리점 사장으로부터 두 군데의 독자 경영 제안받아 운영했다. 사업 자금도 지원받았다. 1943년엔 편입으로 들어간 와세다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1946년 화공 관련 사업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신격호는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투자 길이 열리자 고국으로 돌아왔다.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으로 잇달아 사업을 확대하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어려웠던 학업 때문이었을까, 신격호 명예회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1983년 사재 5억원을 마련해 '롯데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이래 장학, 학술 진흥, 복지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장학금 지급에 주력해 2021년까지 5만4600여명의 학생에게 877억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학술 및 복지사업에도 810억원을 지급했다.
"우수한 자질이 있음에도 가난한 환경으로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사랑의 온정을 배풀어 학업에 전념하도록 하고, 성취한 학문적 지식을 국가와 인류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장학사업을 전개하겠다." <신격호 명예회장 장학재단 설립 당시>
지난 2월엔 서울 마포에 '롯데장학재단 대학생 연합생활관'을 개관했다. 연합생활관은 롯데장학재단이 주거비 부담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10월 지상 8층 건물(연면적 4026㎡)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체력단련실, 독서실, 공유 주방, 정보검색대, L-Café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구비돼 있다. 총 69실(2인 1실)에서 138명이 생활할 수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고향인 울산에서도 실천됐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울산 지역의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고 자 2009년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세웠다. 재단 설립에 필요한 570억원을 마련하고자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제과 지분을 팔았다. 자신이 졸업한 울산 삼동초등학교엔 매년 어린이날을 전후 장학금과 수학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울산시가 과학관이 없어 시민들이 과학체험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듣고 사재 240억원을 들여 ‘울산과학관’을 지었다. 울산시 옥동연구단지에 지하 2층~지상 6층 건물과 야외전시장을 합쳐 1만7000㎡ 규모다. 현재 공익시설로 운영돼고 있다.
롯데인재개발원도 신격호 창업회장의 인재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93년 신격호 명예회장은 인재 육성을 위해 롯데인재개발원 설립했다. 원래 부지는 공장을 지으려고 매입한 개인 자산이었으나 무상에 가까운 금액으로 회사에 기부하면서 인개발원을 짓도록 했다. 개원 이후 신입사원과 핵심 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롯데 인재 육성에 이바지했다.
"인재 육성에 대한 지원은 결국 롯데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오산캠퍼스를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을 키워낼 최고의 시설로 꾸미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달라." <2019년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재건축 현장에서>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19년 8월 초 총 1900여억원을 투자해 오산 캠퍼스를 미래 인재를 위한 창의·혁신 학습 공간으로 새롭게 꾸몄다. 2021년 재탄생한 오산캠퍼스 면적은 1만7192평으로, 기존 보다 4배가량 커졌다. 2000여명이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제1회 한국인력개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인력개발 대상은 한국인력개발학회가 최근 2년간의 인력개발 활동을 심사해 우수 기관·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운 것을 고려해 비대면 중심의 온·오프라인 통합 학습플랫폼을 구축하고 당시 비대면 교수법과 과정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해 주요 그룹과 국가기관, 공공단체에 배포한 점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2020년 1월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묘지는 생전 희망대로 고향인 올산에 검소하게 조성됐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인 2021년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흉상과 기념관을 만들었다. 롯데월드타워 1층엔 흉상을 설치하고 5층엔 '상전 신격호 기념관'을 마련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대기와 초기 집무실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