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저널리즘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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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을 표류 중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대는 여전해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포함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과 중계기관, 보험사 간에 데이터를 연계하고 개방해 별도 서류 준비 없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자료를 요청하면 중계기관의 전산망을 통해 자료들이 보험사로 바로 전송된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병원 측에 요청해 필요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보험금 규모나 치료내용에 따라 필요 서류들이 다르고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일이 많다 보니 소비자에 불편함이 따랐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소비자들이 번거로운 청구 과정으로 보험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구 양식 통일 및 방법 간소화를 권고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매 정부마다 국정과제로 제시되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6건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결국 무산되는 등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논의는 계속돼 왔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매번 계류됐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과정이 남아있다. 하지만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의 반발이 여전해 본회의까지 무사히 도달할지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금 심사와 지급을 복잡하게 만들어 보험사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제도라는 주장이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망을 통해 의사들의 진료기록이 빅데이터로 쌓여, 비급여 항목에서의 진료비 측정 권한이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실손보험 간소화는 의사들에게는 아무런 혜택 없이 부담만 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도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환자단체들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환자단체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가입자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고액 보험금을 거절하는 등 보험사의 이익을 극해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험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의료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 분석, 재가공한다면 개인을 특정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환자의 보험금 청구 삭감의 근거가 마련될 것이며 이는 보험 갱신과 보험금 거절, 상품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보건당국이 실손보험과 관련된 전권을 행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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