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보험료가 내년에도 오른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개선을 위해 20%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당국의 부정적 입장에 최종 인상률이 10%대 초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10% 넘게 오르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7.90%를 기록했다. 상품별로 보면 1세대가 141.9%, 2세대가 123.8%, 3세대가 129.3%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보험료의 적정치를 정할 때 참고하는 수치로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특히 도수치료는 줄줄 새는 보험금의 주범이다. 지난해 기준 도수치료로 빠져나간 실손보험금은 1조1319억원으로 2018년(6389억) 대비 77%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1%다.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2026년 2조9360억원, 2031년엔 7조615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선 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의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경우 향후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위험손실액은 약 30조원으로 추정 된다”면서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을 100% 이내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정상화하기 위해선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3년 연속 두자릿 수 인상이 진행된다. 최근 3년간 실손보험 보험료의 평균 증가율은 14.7%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의료비가 오르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렸다고 본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면서 비급여 진료를 급여 항목으로 돌리고 수익이 감소한 의료업계가 비급여 의료비를 인상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손해율 부담을 가입자에게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 실손보험 출시 당시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의 부재로 의료기관과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왔다. 추가 조치 없이 판매에 열을 올린 결과 실손보험 공급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별로 타 먹은 것도 없는데 보험료가 2배 가까이 올라 당황스럽다”면서 “써먹지도 않는데 보험료만 계속 오르니 비싼 보험료를 내고 유지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4세대 전환을 고민하는 가입자들도 있다. 보험사들은 1~3세대 가입자가 올해 연말까지 4세대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다만 보험료 할인이 일회성이고 의료 이용 건수가 많으면 보험료가 최대 300%까지 할증돼 4세대 전환율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4세대 실손보험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경기가 둔화된 시점에서 물가 상승 영향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율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실손보험 적자의 주원인으로 꼽힌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 보험료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폭에 대한 최종 방안은 보험업계 의견 수렴과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거쳐 오는 20일쯤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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