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이 움츠러들면서 기업공개뿐만 아니라 스팩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IPO(기업공개) 대비 상장이 쉽고 안정성이 커 공모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곳은 총 14곳이다. 이 외에도 2곳이 다음 달 상장 예정이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상장 후 3년 내 합병 기업을 찾아야하며 스팩과 비상장사가 합병하는 방식이 스팩합병이다.
조달 가능 자금이 50억원~2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일반 상장과 달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조사가 필요하지 않다.
스팩은 합병완료기한 36개월 내 합병하지 못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조건이 주주에게 불리한 경우에도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팩에 대한 관심도 낮아졌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스팩 공모에 참여해서 합병 성공 후 합병신주를 상장하거나 합병완료기한 도래 시까지 보유했을 때 평균 수익률은 13.8%다.
다만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상장 스팩 중 합병상장에 성공하는 비율은 67%에 그쳤다. 조달 가능 자금이 적어 기업가치가 높은 곳은 접근이 어려운데다 초대형 스팩의 경우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공모일정이 남았음에도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미레에셋드림스팩1호은 공모액이 850억원으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같은 날 IBKS제13호스팩은 스튜디오삼익과의 합병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4월 합병 결정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탓이다.
KB제20호스팩, 대신밸런스제11호스팩도 각 유선 통신장비 제조업체 옵티코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라온텍과 합병을 논의 중이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합병이 가결 및 연기됐다.이 외에도 스팩합병 상장 기업 14곳 중 8곳이 스팩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증권가는 스팩의 매력 자체가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스팩은 합병 실패 시 청산 이후 이자를 돌려준다.
이자는 합병완료기한 내 예금이자를 기준으로 한다. 즉 현재 스팩이 지급하는 이자는 1%~2%에 불과하다.
스팩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투자자가 분산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 10월까지 상장한 스팩 수는 38개로 역대 최고치인 2015년의 45개 스팩 상장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DB금융투자 유경하 연구원은 “스팩 투자는 합병 관련 내용이 거래소에 공시되기 전까지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기인은 일반투자자와 달리 합병을 성사하지 못하면 손실이 생길 수 있어 비우량기업과 합병을 추진하거나 합병 비율을 스팩 주주에 불리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