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난 9월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 날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와 내년 모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ㅈ난 9월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 날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와 내년 모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7일 평택 캠퍼스 미디어 투어에서 한 얘기다. 반도체 업계에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혹한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로 다른 생존법을 내놔 이목을 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규모를 50% 이상 줄이는 긴축모드를, 삼성전자는 투자 지속을 택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급락...급격한 수요침체 내년까지 이어져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7% 하락한 10조 8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9조 3829억원을 기록한 이후 6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로 뒷걸음질 친 건 2019년 4·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증권가는 3분기에 디스플레이(DP)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전 사업부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문별 실적은 오는 27일 발표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0% 감소한 6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악화 속에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 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3% 감소한 것으로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23.2%나 하회한 수치다. 

반도체 업계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반도체 업황이 전례없는 시장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본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TV,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수요처인  TV·가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산업은 급격한 수요 침체에 직면했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맞았던 것과 딴판이다.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올해 세계 TV 출하량은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에 28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에 적자폭이 늘어날 조짐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TV 등 영상기기 가동률은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74.4%를 기록했다.

가전업체들은 수요부진으로 재고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1%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 재고자산은 9조684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6.3% 증가했다.

TV, 모니터 등이 안팔리자 디스플레이 업체들 역시 적자 늪에 빠졌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 4833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3분기엔 5095억원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의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 수요부진으로 반도체 판매량 감소와 함께 제품 판매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력인 D램과 낸드 제품의 경우 판매량과 가격 모두 떨어졌다. 반도체 재고율(출하량에 대한 재고 비율)은 올해 8월 99.7%를 기록해 1년 전인 지난해 8월(47.5%) 대비 52.2%포인트 상승했다.

4분기는 더욱 심각하다. 트랜드포스는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평균 15~20%, D램은 13~18% 떨어질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가 당장 오는 4분기 실적이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는 18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실적 악화로 4분기 실적이 대폭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DS부문의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한 차례 하향 조정하며 사실상 0% 성장을 예고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서버용 D램까지 성장이 둔화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서버 D램 시장의 성장률을 7%로 전망했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내려온다는 예측이다.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가장 유력하다.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대응과 함께 반도체 사이클 회복으로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체들은 설비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수요 둔화에 따른 공급 과잉 사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지속', SK하이닉스는 '긴축모드'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존모드에 돌입했다. 그런데 방식은 사뭇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투자를 확 줄이며 긴축경영에 돌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계획했던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올해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투자액을 감안하면 내년엔 수조 원 수준으로 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충북 청주공장의 증설(M17)을 보류했고, 협력사와 장비 납품 일정 등에 재논의 하는 등 애초 계획했던 설비 투자도 대폭 줄이는 분위기다. 

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일정기간 동안 이처럼 투자 축소와 감산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장을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경계현 DS부문장의 말처럼 반도체 업황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크게 체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7조원 수준이던 올해 하반기 반도체 매출 전망을 최근 46조원대로 30%나 낮췄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도 빼앗긴 데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총 1위에서 TSMC와 엔비디아에 밀려 3위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더더욱 좋지 않다. 

하지만 감산이나 투자 축소는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현재까지 공식입장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감산 계획을 묻는 말에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경쟁 업체인 마이크론 등이 설비 투자 축소·감산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한 부사장의 발언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시장 1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킨게임’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경계현 DS부문장 역시 "위기가 곧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업황과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투자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위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완공한 평택 3라인에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평택 등 10개 이상 팹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확보했다”며 “생산라인 투자는 내년 3배, 2024년 10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삼성전자는 불황에 투자를 줄이고, 호황에 늘리는 측면이 있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가 지속되겠지만 조만간 있을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투자계획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외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섰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생존을 위해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이나 긴축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진 계획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위기 속 생존전략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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