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지속된 재판,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약진, GOS 사태 등 '외환(外患)'에 시달리는 삼성전자가 '내우(內憂)'에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전방위 압박 때문이다.
'덤비는' 표현 썼다고 직위해제 요구한 노조...블라인드에서도 "이게 갑질, 폭언이냐?"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인사기획 그룹장 A씨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신규 연봉 시스템과 관련해 직원들의 계약 절차에 대한 임원, 그룹장 일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임금관련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인사기획 그룹장 A씨가 "연봉계약이 마음에 안 들어서 덤비는 직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금까지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노조는 '덤비는' 이란 표현이 갑질과 폭언이라고 주장하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해당 그룹장의 직위 해제까지 요구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명회 자리에서 해당 그룹장이 발언을 한 뒤 현장에서 바로 사과하고 정정했다고 한다"며 "노조에서 직위해제까지 요구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로 추정되는 한 직원은 이런 내용을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 올렸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해당 게시물에 "덤빈다가 갑질 폭언임? 솔직히 말꼬리 잡기 같음", "불편한 것도 많다 정말...폰이나 똑바로 만들지", "노조 갑질 같다 ㅋㅋㅋ", "덤빈다...이거 폭언인가? 난 진짜 쌍욕도 들어봤는데" 등의 댓글을 달았다. 같은 직장인 입장에서도 '덤비는'이라는 표현이 폭언, 갑질로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독 오를 대로 오른 삼성전자 노조...과도한 요구로 삼성전자 '멍 생기는 중'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바짝 독이 오를 대로 올라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와 삼성전자는 여전지 2021년 임금 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노사 양측은 지난해부터 약 5개월간 15차례 이상 만나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진 못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 △정률 인상에서 정액 인상으로 전환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휴식권 관련 유급휴일 5일,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총 7일)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화두는 유급휴가다. 사측은 노조의 7일 요구안에 유급휴일 3일 추가 절충안을 제시하고 추가되는 휴가는 노조 조합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의무연차 15일을 소진한 뒤 사용할 수 있되 연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불응한 노조는 25일 집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노사협의회 교섭 중단과 노동조합 단체교섭권 쟁취를 촉구하며 전국의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에 연대투쟁 요청 집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큰 폭의 임금인상폭도 요구 중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지난해 평균 7.5% 임금인상에 합의했지만 올해에는 근로자위원 측이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2%를 요구하는 상태다. 사측은 5% 안팎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미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지난 2020년 13조1676억원에서 2021년 15조8450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새 급여 총액이 20.3%(2조6773억원) 급증하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이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15% 이상의 임금 인상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달다는 게 삼성전자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주요 경제단체인 경총이 삼성전자 노조에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2일 '2022년 임금조정과 기업 임금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를 회원사에 송부했다.
경총은 고임금 대기업의 2022년 임금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다. 경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임에도 대기업 노조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보상 강화 경쟁이 당장은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향후 기업의 경쟁력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여기저기서 약점 노출...진정한 위기는 노조가 주도하는 '내부'에서부터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어느 때보다 가혹하며,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에서 'GOS' 사태로 킥벤치에도 퇴출되며 소비자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줬다. 지난해 4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는 60%를 차지한 애플이었고, 삼성전자는 17%에 그쳤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화웨이, 사요미, 오포, 비보 등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낮은 수율'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며 4나노 이상 일감을 TSMC한테 줄줄이 뺏겼다. 3나노를 높은 수율로 생산해 한방을 노려야 하는 처지다.
투자 역시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10조원 이상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삼성전자 M&A는 시계제로 상태다.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8월 가석방됐지만 여전히 ‘취업제한’에 묶여 삼성전자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오죽하면 25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복원을 청원할 정도다.
이런 여러가지 위기상황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를 '6만원 대'로 내려앉게 만들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외부에서 온 것이지만 진정한 적은 내부에서의 붕괴다. 내부에서의 붕괴를 만들고 있는 것이 삼성전자 노조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으로 전세계를 호령하는 회사로 컸던 삼성전자지만 2017년 경부터 노조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관련 폭로들이 나오며 기업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있고, 내부 직원들의 동요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노조는 '파업'이라는 카드까지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이고, 돌아가는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형국"이라며 "노사가 합심해 위기극복에 나서야 하지만 노조의 뒤를 보지 않는 공격으로 내부 단속조차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