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뱅크의 혁신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도 잇달아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탓이다.
출범 당시 ‘조건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큰 주목을 받은 만큼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 지금 토스뱅크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신금리, 토뱅빼고 다 올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상향했다. 이에 은행도 수신금리 도미노 인상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경우 0.25%p에서 최대 0.50%p까지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0.50%p에서 0.80%p까지 파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품에 따라 수신금리를 0.1%p~0.40%p 인상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 ‘단일상품’을 내세우며 수시입출금통장, 파킹통장 등의 금리를 2%로 통일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최고 2.8%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통장을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한 바 있으나 상시 개설 가능한 수시입출금통장의 경우 아직 토스뱅크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에서 수시입출금 통장 예치 금액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은행이 정기적금 등 타 예금 상품에 비해 적은 비용, 즉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예금이다.
토스뱅크는 출범부터 요구불예금을 저원가성 예금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 수시입출금통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파격은 출시 3개월 만에 멈춰섰다. 토스뱅크는 올해 1월부터 기존 금액제한이 없던 수시입출금통장 2% 혜택을 1억원 한도로 제한했다. 1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 적용하는 금리는 0.1%에 불과하다.
파킹통장 등 상품에서도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이번 수신금리 인상으로 파킹통장 상품 ‘세이프박스’에서 토스뱅크와 동일한 연 2% 금리를 제공한다.
케이뱅크 파킹통장 상품 ‘플러스박스’의 금리는 2.1%로 토스뱅크 대비 약간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단일상품 버리고 특색 줄어
‘단일상품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토스뱅크의 호언도 출범 8개월 만에 꺾였다. 토스뱅크는 올해 2분기 ‘키워봐요 적금’. ‘돈 같이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직후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모임통장’과 유사하다는 논란을 빚었다. 적금 유지 기간이 26주라는 점, 캐릭터를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있다는 점, 모으기 참여자 모두가 잔액 및 거래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은 카카오뱅크 ‘26주 적금’보다 금리가 0.50%p 낮은 3.0%다.
‘모임통장’의 경우 카카오뱅크 예금통장과 동일하게 이자가 쌓이는 반면 토스뱅크 ‘돈 같이 모으기’는 따로 이자가 없다.
틀이 같은 상품을 보다 늦게 출시했지만 혜택은 경쟁사 대비 적은 셈이다.
카드혜택 변경, 더 좋아졌다고요? 소비자 반응은 '글쎄요'
6개월 주기로 혜택을 변경하고 있는 토스뱅크 체크카드 ‘토스뱅크 카드’ 역시 의문을 품게 된다.
토스뱅크는 에피소드1에서 대중교통 캐시백 300원, 편의점 혜택 가맹점 5곳을 제공했다. 건당 결제금 300원 이상일 경우 300원 캐시백 혜택도 있었다.
하지만 약 3달 이후 에피소드2로 개편해 대중교통 캐시백 금액은 100원으로, 편의점 혜택 가맹점은 2곳으로 줄었다. 300원 캐시백을 받기 위한 건당 결제금액도 3000원으로 높아졌다.
지난 7월부터 도입한 에피소드3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먼저 1만원 이상 결제 시 500원, 1만원 미만 결제 시 100원 캐시백이 제공된다. 혜택을 제공하는 가맹점은 영화관, 디저트 전문점 등 카테고리를 늘렸다.
총 결제금액만 놓고 보면 에피소드3에서 더 많은 캐시백을 받을 수 있지만, 체크카드 특성상 회당 결제금액이 낮은 경우가 많은 만큼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낮은 예대율까지 ‘첩첩산중’
예대율이 낮다는 점도 토스뱅크의 약점이다. 예대율은 예금 잔액 대비 대출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로 은행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대출이 많다는 의미로 건전성 리스크가 대두되고 너무 낮은 경우 대출 사업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출범년도인 2017년 말 예대율이 각각 78.6%, 91.6%다. 토스뱅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예대율은 12.3%에 불과하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같이 출범 년도 말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예대율이 4%에 미치지 못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상품 라인업을 늘려 예대율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기준금리가 오르는 만큼 수시입출금통장 금액 제한을 올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