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전·현직 금융인 110인 모임을 조직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현 정권과 관계를 맺어 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김주현 여신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은보 금감원장도 사의를 표명한 만큼 금융당국의 인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인사 뒤에는 국책은행장 인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사임한 만큼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후보에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황영기 전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전현직 금융인 110인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산업은행 회장에 도전할 경력으론 충분하다는 평가다. 황 전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에선 드물게 은행과 증권업에서 최고경영자를 경험했다.
황영기 회장은 금융권에서 ‘검투사’로 통한다. 강한 추진력과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삼성증권 사장 시절부터 “최고경영자는 지면 죽는 검투사와 같다”고 말해 붙은 별명이다.
우리은행장 시절에도 2006년 영업본부장들에게 단검이 든 지휘봉을 선물해 비장한 결의를 주문하기도 했다.
KB금융 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신한금융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M&A 대상”이란 말로 은행권 인수합병에 불을 지폈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금융당국과 법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최종 무혐의 결과를 받으며 금융투자협회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처럼 황영기 전 회장의 발자취를 따라갈수록 ‘검투사’란 별명이 더욱 짙어진다.
그러나 은행권 노동조합은 그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산업은행 회장으로 돌아올 경우 대통령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 혁신도시 재건을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뚫고 강한 추진력으로 해결할 인물이 필요하다.
산업은행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황 전 회장은 과거 우리금융 회장 시절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수 조원의 손실을 안긴 인물”이라며 “공적자금으로 인해 혹독한 경영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던 은행은 그의 경영 실패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전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금융인을 모아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낸 공로 때문”이라며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역시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공론화 과정이 없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졸속 정책이란 지적이다.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차기 산은 회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본점 부산 이전 문제와 민영화 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능력”이라며 “본점 이전 문제가 국정과제화 되었지만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며 부산 이전 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차기 회장은 이를 바르게 판단하고 정부, 국회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39개 지부대표자, 산업은행 지부 조합원 등 약 490여 명이 모여 더불어민주당사와 국민의힘당사 일대를 가두행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