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새로운 경영체계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시너지 강화에 나선다.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이 새로운 경영체계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시너지 강화에 나선다.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캐피탈 지분을 크게 늘리며 직할경영 체계를 본격화했다. 향후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사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해 12월 9일 현대캐피탈 주식 추가 인수를 공시했다.

기존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한 현대캐피탈 주식 20%를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이 40.1%로 크게 늘어났다.

현대캐피탈의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59.7%와 40.1%를 지닌 기아의 지분율을 합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지분율은 무려 99.8%에 달한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 현대커머셜과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 3사로 불린다. 오랜 기간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을 지휘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기아가 현대캐피탈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서 현대캐피탈이 캡티브 금융사로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3년 ‘현대오토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현대캐피탈은 1996년 국내 최초로 할부금융업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Captive Finance Company)다.

현대캐피탈은 신용대출, 모기지론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도 취급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인 만큼 완성차 판매를 위한 할부·리스·렌트 등 자동차금융 서비스에 가장 강점이 있다.

이러한 사업 특성은 자산 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2021년 말 기준, 현대캐피탈 국내 자산 30조6000억원 중 75% 이상이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의 자동차 금융 자산이다.

향후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 기아와 원팀 구조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금융-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자동차금융 서비스 경쟁력도 빠르게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신용평가사는 각각 현대캐피탈에게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BBB+(안정적)’, ‘Baa1(안정적)’, ‘BBB+(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 판매를 지원하는 핵심 자회사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한 국내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자동차가 동일한 글로벌 신용등급을 받고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두 회사를 동등한 크래딧(credit)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직할경영 체제로 두 회사를 동일체로 보는 시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 해외시장 저변 넓히기 주력


현대캐피탈이 진출한 해외시장 현황.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이 진출한 해외시장 현황.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발맞춰 현대캐피탈의 신규 해외시장 진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글로벌 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전 세계 14개국에 18개 법인을 두고 활발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해외법인들의 지분을 보유한 이사회 구성원으로 현지 법인과 상품 및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등 각 해외법인의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실적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금융법인들의 전체 자산 약 105조원 가운데 해외자산이 74조원 이상으로 31조원 규모인 국내자산의 두배 이상 넘는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또 지난해 글로벌 현대차그룹 캡티브 금융법인의 세전이익 합계는 1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는 주요 금융지주를 비롯해 다른 국내 주요 금융사의 해외사업 실적을 압도한다.

현대캐피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도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해외사업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20년 인도네시아, 2021년 이탈리아 지점 설립에 이어 올해 초 프랑스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자동차금융 사업을 펼치는 ‘현대캐피탈 프랑스(HCF)’를 공식 출범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성장 잠재력이 큰 새로운 시장에서 자동차금융 사업의 초석을 다지고 유럽 2대 자동차 시장인 프랑스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진출 지역 확대뿐만 아니라 사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해외사업 다각화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020년 7월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은 ‘식스트리싱(Sixt Leasing)’을 인수했다. ‘식스트리싱’은 디지털 플랫폼 기반 유럽시장에서 자동차 리스 사업을 펼쳤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얼라인(Allane SE)’으로 사명을 변경해 식스트리싱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얼라인은 기존 상품 이외도 유럽 내 구독형 상품과 친환경 차량 관련 금융 상품 등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사업'과도 협력 이어간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빌리티 혁신에 맞춘 금융상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빌리티 혁신에 맞춘 금융상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더욱 밀접해진 만큼 그룹의 모빌리티 혁신을 지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금융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 지원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친환경 채권 ‘그린본드’를 2016년 전세계 자동차금융사 중 최초로 발행했다.

이후 2022년 1월까지 총 11차례, 누적금액 약 3조46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국내외 그린본드 시장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그린본드로 조달한 금액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할부와 리스·렌트 등의 금융 서비스 제공에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개발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현대자동차그룹이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차세대 전략 사업에서도 협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기존 금융 3사 체재 때와 달리 신사업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과 투자를 펼쳐나갈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91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이 같은 미래 사업 대한 투자를 위해 올해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현대카드와의 경영 분리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한층 더 강력한 결속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로서 그룹 금융부문 이익 성장에 적극 기여하고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및 기아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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