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와 일진머티리얼즈 양사 간의 동박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사는 지속적인 투자를 받으며 생산능력 증설에 맞불을 놓고 있는데 양사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사들도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치열한 설비증설 경쟁...여기저기서 자금 조달해 해외 공장 짓는 양사


지난 11월 24일 SKC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이차전지와 친환경 소재 육성에 필요한 자금 1조50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SKC는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및 친환경 소재 사업 글로벌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SKC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은 동박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려는 상황에서 더 이상 증설을 늦출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필수 소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2020년 13.5만톤에서 2025년 74.8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SKC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에 해외 첫 동박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SK넥실리스는 이곳에 약 6500억원을 투자해 연 4.4만톤 규모의 생산거점을 건설 중이다. 

2호 해외 공장은 폴란드에 지어진다. 지난 11월 19일 폴란드 당국과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에 9000억원을 들여 연산 5만톤 규모의 동박을 짓기로 했다. 2024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1년 만에 1조55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생산기지를 두 곳이나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SKC는 미국에도 5만 톤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 정읍 5.2만 톤, 말레이시아 5만톤, 유럽 10만 톤을 더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5만 톤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SKC의 동박 생산능력은 글로벌 1위가 된다. 

SKC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 생산능력 증대를 차질없이 진행할 인물로 박원철 신임 사장을 낙점했다. 12월 2일 SKC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박원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부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박 사장은 해외 투자를 성공시켜 글로벌 넘버원(No.1) 모빌리티 소재회사라는 비전을 이행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이에 질새라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11월 30일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1조1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자회사 IME와 IMG가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6000억원, 4000억원을 보통주로 유치했고 일진머티리얼즈가 1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1조1500억원을 유럽, 미국, 말레이시아 해외 공장 추가 증설에 투입해 올해 말 동박 생산능력을 6만톤에서 2025년 20만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국내 2만톤, 말레이시아 법인 2만톤 등 총 4만톤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5배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C의 대규모 증설에 자극받은 일진머티리얼즈가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생산능력 증설을 위한 외부 투자 유치를 서둘렀다고 보고 있다.  

SKC와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동박 판매량 1, 2위 업체이자 전세계 동박 판매량 1위, 4위 업체다. 


더욱 뚜렷해지는 동박 시장 '라이벌' 구도...경쟁적 증설에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판매량 업체별 순위에서 SKC 자회사 SK넥실리스가 1위(22%)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중국의 왓슨과 대만의 장춘으로 각각 점유율 19%, 18%를 차지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4위(13%)이고 한국 3위인 솔루스첨단소재가 9위(2%)다. 

동박 시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의 독무대였다. 후루카와, 닛폰덴카이의 2차전지용 동박 시장점유율은 2009년 기준 각각 42.6%, 12.7%였다. 두 업체가 세계 2차전지 동박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SKC와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의 등장으로 국가 기준으로는 한국이 세계 동박 시장 1위로 치고 올랐다. 

K동박업체들이 전세계를 호령하게 되면서 SKC와 일진머티리얼즈 간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경 SKC가 자회사인 SK넥실리스를 통해 말레이시아에 동박 공장 건설을 검토하자 일진머티리얼즈가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애초에 SKC가 진출을 검토한 지역은 이미 4년 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생산 기반을 마련한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인근인 쿠칭시였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인력, 기술 유출을 우려하면서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진출에 반발했었다. 

결국 SKC가 쿠칭시가 아닌 코타키나발루시를 선택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양사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양사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면서 영업 측면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거래처 외의 추가적인 거래처 확보가 필수적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 업체인 왓슨이 자국 내 동박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진출이 어렵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일본, 유럽 몇몇 업체들로 수요처가 한정된다. 

현재 현재 일진머터리얼즈의 주 거래처는 삼성SDI로 알려졌다. SKC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을 주 거래처로 두고 있다. 거래처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향후 양사간의 치열한 영업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양사간의 무리한 경쟁이 글로벌 동박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만들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25년 75만톤까지 글로벌 동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SKC(25만톤), 일진머티리얼즈(20만톤 이상) 두개사만 합쳐도 2025년 45만톤 생산능력이 된다. 

국내외 경쟁사들 역시 공격적으로 동박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또 다른 한국 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도 6만톤 이상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 업체인 왓슨도 2025년 생산능력을 14만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확고한 비전을 갖고 세계 동박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설비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라이벌 구도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라며 "양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동박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고 있어 증설효과보다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겪을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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