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F 사태와 관련 금융회사 CEO 중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이 역풍을 맞았다.
재판부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책경고 등 징계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재판부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다”…지배구조법 규정 구체적 정비 필요
27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0년 3월 5일 원고에게 내린 문책경고 처분과 주식회사 우리은행 정채봉 담보처분을 각각 취소한다”면서 “취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과적으로 원고가 모두 이겼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느냐에 대한 문제보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은행 내부규정에 흠결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 처분사유 5가지 중 4가지에 관해 금융감독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 의무’의 해석, 적용을 잘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피고가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처분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판결선고와 함께 2가지 제언과 소회를 덧붙였다.
먼저 재판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과 고시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 예측 가능성과 실효적 규제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줄 것을 부탁했다.
이번 사건 처분사유 5개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아직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금감원이 적용할 법리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데도 잘못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 고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잘못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이 이에 따라 충실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이 결과에 유추해 그에 꿰맞춘 조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한 방편으로 내부통제규범 마련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허용되선 안된다”고 밝혔다.
금감원 “재판부 결정 존중, 판결문 확보 후 항소 검토”
금융감독원은 이번 재판부 판결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27일 행정소송 1심 판결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항소 여부와 함께 내부통제 관련 CEO 징계, 금융회사의 징계 처분 수위 등 여러 질문에 대해 “판결문 확보 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금융감독원이 판결문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관련 DLF 소송과 제재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중징계를 받은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도 징계 취소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한 금감원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당시 은행장이던 지성규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 역시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했기 때문에 징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조용병 회장은 지배구조법 등을 근거로 은행 계열사에 대한 감독·통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았고 진 행장도 내부통제 부실이 징계의 주요 근거였던 만큼,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73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작성했다.
사건을 심리하면서 확인한 문제점들, 즉 내부통제규범과 기준을 ‘위반’하거나 ‘형해화’시킨 금융기관 내부의 조직적 형태와 문제점을 낱낱이 판결문에 적시한 것이다.
문제점을 자세히 드러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은행의 개별직원이 단순히 창구에서 DLF 상품 판매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문제보다 애초에 금융기관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토록 결정하는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개별 금융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는 거시적 관점을 공적 영역에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융소비자의 소송 과정에서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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